생리 시작 전 일주일동안 호르몬의 영향인지 가만있다가 흑 눈물이 나서, 달력에다 체크를 해봤다. 일주일 내내 하루에 한번씩, 빼먹지 않고 착실하게 흑 울었다.
서른 여섯인데 운다. 감사하게도, 울 수 있다. 울기까지 그닥 큰 슬픔이 필요하지는 않다. 콩알만한 돌멩이 하나만 가슴에 퐁당 던져도 울 수 있다. 연료 대 성능의 효율이 좋다. 가성비(?)가 뛰어난 시기다.
일기도 폭풍처럼 몰아서 쓰고, 뭔가 읽을 때도 거리감 없이 폭 빠져들고, 벗님과 이야기를 나눌 때도 항복하듯이 오감을 다 열고 집중해서 듣는다. 마치 딴 사람처럼 솜털같이 보드랍고 예민해진다.
한번 흑 울고 나면, 과탄산소다넣고 보글보글 빨래 삶고난 것 처럼, 내가 기억에다 묻힌 때꼬장 얼룩이 빠지고 처음부터 이 빛깔이었던 것 처럼 깨끗하게 다시 보인다. 가슴에 낸 창문에 바람이 솔솔 드나드는 기분이 된다.
몸 속에서 폭신폭신하고 촉촉한 세포가 열심히 생겨나서 아기주머니를 감싸고, 밖으로 꼬물꼬물 흘러나가는 일주일. 그보다 먼저, 마음 속에서 폭신폭신하고 촉촉한 세포가 열심히 생겨나서 이야기주머니를 감싸고, 눈으로 사르르 흘러나가는 일주일.
새 몸이 되는 일주일.
새 마음이 되는 일주일.
삶과 새로 관계를 맺는 의식을 치루는, 두번의 일주일.
아기는 더 낳지 않겠지만 이야기는 얼마든지 새로 낳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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