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고 싶은 것과 글을 쓰는 것은 쥐며느리와 며느리의 차이다. 완전히 다른 차원의 세계다. 하나는 기분이 삼삼해지는 일이고 하나는 몸이 축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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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시간을 들여도 아깝지 않고 그쪽으로만 생각이 쏠리고 영감이 솟고 일이 되게 하는 쪽으로 에너지가 흐르는 것. 그게 무엇에 빠진 이들의 일반적인 증상이다. 영화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수년간 영화를 한 편도 안보는 사람은 없다. 글을 쓰고 싶은데 글을 수년간 한 편도 안쓰는 사람은 주변에서 종종 본다. 글을 쓰고 싶은 것과 글을 쓰고 싶은 '기분'을 즐기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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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을 해야 능력의 확장이 일어난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일단 쓸 것. 써야 는다. 자기가 보고 듣고 느낀 문장을 쓰고 그걸 다듬어서 문단을 만들고 그 문단의 힘으로 한페이지 글을 완성할 수 있다. 문장 하나를 쓰기 위해서 영감을 기다리고 지적 자극을 위해 벤야민을 읽고 벤야민을 읽다 보면 마르크스가 궁금하고 마르크스를 공부하려면 <자본론>을 펴야 하고....무능력에서 출발하면 글은 영원히 쓸 수 없다.
아무리 보잘것없고 초라하게 느껴져도 자기 능력에서 출발하기.일단 써봐야 어디까지 표현이 가능한지, 어디가 약한지, 어디가 좋은지 볼 수 있다. 글쓰기 초기 과정은 '질'보다 '양'이다.
... 자기가 말하려는 내용을 완벽하게 써내야 한다는 부담을 버리고 글을 써내려가면 그 과정에서 좋은 생각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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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글이 곧 나다. 부족해(보여)도 지금 자기 모습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고 인정한다는 점에서, 실패하면서 조금씩 나아진다는 점에서 나는 글쓰기가 좋다. 쓰면서 실망하고 그래도 다시 쓰는 그 부단한 과정은 사는 것과 꼭 닮았다."
- <글쓰기의 최전선>. 은유. p.55-56 '내가 쓴 글이 곧 나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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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워어어 며느리와 쥐며느리의 차이라니! ㅠㅠ
나는 며느리와 쥐며느리 사이를 왔다갔다 하면서
부족한데다 역부족한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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