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일상으로 읽는 사람한테 친근함이 들고
책 읽고 이야기하는 사람한테 잘 매료된다.
책 얘기를 하면
느슨하고 편안하게, 안전한 거리를 확보한 상태에서
성별, 나이, 직급, 만남의 공백기간을 뛰어넘어
지금 바로 연결되는 질문을 주고받을 수 있다.
방금 전까지 연결고리가 전혀 없었던 사람이랑도
한두마디 시작해서
다른 이야기가 타래로 뭉치뭉치 끌려오는 것이
매번 신기하고 즐겁다.
한사람의 책 취향은 그 자체가 한 사람의 연대기다.
아직 기록되지 않았거나
어쩌면 영영 기록되지 않을지도 모를,
나랑 마주친 이 순간에 잠시 존재하는
우주에서 하나뿐인 서사를 만난다 :-D
활자 읽어가는 맛을 알고,
어떤 서사나 작가나 문장에 열광하고 분노하면서,
뭔가를 읽은 전후로 덜컥
나와 내 세계가 뒤집히고 흔들리는 사건을
서로 나눌 수 있는 사람한테
반한다.
반하지 않을 수가 없다.
끝없이 새로 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