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꽤 짧아져서

퇴근하는 길에 해가 다 넘어가버린다.


노을색이 미친듯이 아름답다.

어떻게 찍어도 사진에는 못 담는다.


앞으로의 나날에서

지금의 나는 단 한 순간이고,

눈에 비치는 모든 것이 선명하지만

오늘 일어난 수많은 이야기들처럼 흘러가

곧 기억하지 못할 순간이 되겠지,

이 순간에도 계속 달라지는 하늘을 보면서 그렇겠구나 한다.


지금은 방금 전이 되고 

방금 전은 뒤로 빠르게 흩어져가고

다시 지금, 잠시 유일하고 또렷하게 있다.

아이들의 웃는 얼굴이 떠오른다.



+



허리가 삐그덕 삐그덕 시큰시큰해서

일상 생활이 엄청나게 힘들다;;


한번 앉으면 일어날 때 무진 조심히 일어나고

(빨리 일어나면 온 몸이 지옥의 스파크에 감전됨)

어기적거리면서 걷고 

허리 못 굽히니 머리도 서서 감고

무게 있다 싶은 건 들지도 못하고

똑바로 눕지 못하고

퇴근해서 아무것도 못하고 사흘을 모로 누워있었다.


급기야 입안 점막도 푹푹 패이고 있다.

면역력이 바닥을 칠 때 나타나는 그 점막 패임이다.


안그래도 엄살 엄살 개엄살인데 

진짜 아파서

과자 한개도 아악 으아악 아야 하면서 

입을 양손으로 싸쥐고 이리저리 굴려서 녹여먹는다.

(안 먹지는 않는다)



불혹의 계절이라는 것은

시름시름 환절기를 앓느라 고단해서

싱숭생숭 가을 탈 여유 따위는 우습게 없어지는 것인가!



이럴 때 보약이다.

한살림에 가서 쌍화차를 한박스 사왔다.

작약 천궁 당귀 지황 황기의 힘으로 

환절기를 돌파해보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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