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갈 때는 먹거리를 싸가는 편이다. 애들이랑 어디 갈 때 간식을 꼭 챙긴다. 마트에서 사먹는 것보다 나을 뿐더러, 애들이 차 안에서 제비처럼 짝짝 받아먹는 재미가 너무 좋아서 ^^

주말에 애들이랑 솔멩이 도서관에 갈 때도 간식이랑 밥이랑 반찬해서 도시락을 아주 한~바구니 싸간다. 놀다가 친구들이랑 나눠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잘 먹고 배부르면 오래 놀 수가 있다. (요새는 주말에 좀 뜸하지만.)

엄마가 그랬다. 먹기 위해 소풍을 가는 것처럼, 어디 간다고만 하면 온갖 주전부리를 보따리로 싸가지고 다녔다. 배부르다고, 안먹어도 되는데 왜 자꾸 주냐고 투정부렸는데, 내가 엄마가 되고 나니 그 시절 우리 엄마의 즐거움을 알겠다 ^^

대학 다닐 때도 단짝 재경이랑 RA관 뒤에서 점심 도시락 먹고, 회사 다닐 때도 한참 도시락을 싸서 다녔다. 사람들이랑 소소하게 얘기하고 웃으면서 먹는 즐거움이 참 좋았다.

요새 인문학 강의 들으러 다니면서도 도시락을 종종 싸간다. 밤새 내린 더치커피도 한병, 피로회복을 위한 야콘즙도 몇 팩, 보온죽통에다 현미잡곡밥 넣고 스텐 밀폐용기에 반찬을 넣는다.

가방은 짐이 많아져서 끙끙대지만, 뭔가, 뿌듯뿌듯하고 긍지가 마구마구 높아지고 가슴이 벅차다. 내 손으로 지은 밥으로 오늘치 나의 생명을 모신다. 크아- 이 벅찬 마음은 몇 천원에 밥 사먹는 편리함과 가벼운 가방에 비할 바가 아니다. 어딘가에 자랑하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다! 크하하.

나 도시락 싸가지고 다니는 여자!
기본이 된 백수!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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