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울 터미널로 가는 아침 지하철 안.

내 왼쪽에서 야동에서 나오는 신음소리가 울린다. 지하철 한 칸이 온통 쩌렁쩌렁하게. 아마 스마트폰에서 이어폰이 빠졌나보다. 길다. 10초도 넘은 것 같다. 마음이 급해서 잘 안되는지, 부시럭 소리만 부산하게 들리고 소리를 못끈다.

소리가 민망한 것이 아니라, 당황해서 한참 못끄고 있는 것이 안스럽고 민망하네. 대체 어떤 사람일까. 어쩌면 좋아.

그래서 차마 소리 나오는 곳을 못보고 시선을 반원으로 훑으며 반대쪽으로 돌렸는데, 이 칸에서 나를 뺀 모든 사람이 신음소리의 근원을 눈을 반짝반짝 빛내면서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 와, 용기 있는 사람들! 이게 더 민망한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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