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강학원에서 "몸과 우주와 정치경제학" 마지막 강의 듣고, 해방촌에 왔다. 여기는 빈가게. 저번주에 마주앉아서 같이 막걸리 마신 해씨님한테 인사하러 왔다.

"한동안 못보겠네요. 다음에 또 만나요!"

따뜻한 해씨님. 해씨님은 빈가게 매니저. 따뜻한 사람이 반갑게 맞아주어서 공간이 따뜻하다. 그동안 쭈뼛쭈뼛, 혼자는 못왔었는데, 이제는 언제라도 들러 환하게 인사하고, 공간 한 귀퉁이에 머물 수 있을 것 같다.

솔멩이 도서관도 그렇겠지? 책 뿐만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끌고, 반갑고 다정하게 맞아들이면 다른 차원의 공간으로 변신할텐데. 나는 요새 도서관에서 사람을 만나고 활동하는 데에 관심이 줄고 소홀하지 않나, 돌아본다.



난생 처음 마시는 짜이! >_<
생강향 계피향이 진하게 나는 달달한 밀크티다.
너무 맛있어서 순식간에 들이키다가, 퍼뜩 정신 차리고 아껴서 마셨다. 밤 11시에 마셨는데, 새벽 다섯시 반이 넘은 지금까지 잠이 먼지 한톨만큼도 안온다. 초강력 각성효과, 순수 밀크티! 덕분에 일기를 쓴다.


빈가게의 한쪽 벽을 채운 책.
오늘 "악단 네마리"와 함께 공연을 마친, 존경하는 아티스트 김한돌님.


손글씨 메뉴판, 나무 선반, 예쁜 유리컵.



연출샷이지만, 굳이 해변의 카프카를 펼쳤다.
(나 웰케 이뻐! 아름답게 찍어줘서 고마워 한돌 ㅋ)

책장을 천천히 자세히 보니, 선명한 취향의 콜렉션이다. 좋구나. 숲속 작은 책방을 둘러볼때도 이렇게 좋았다.
'언젠가는 나도 내 취향의 만화책이랑 소설을 꽂은 북카페를 만들고 싶다..'

'그 다음엔 뭘 하지?
책만 있고 혼자 있으면 좋나?
아무도 안오고, 책을 알아봐주는 사람이 없고, 아무 얘기거리가 없으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

그러자 눈물이 핑그르, 벌컥 ㅠㅠ

흑흑 울음이 흘러나오려는 찰나에 그리운 벗님한테 반가운 연락이 와서, 3초만에 진정했다. (구해줘서 고마워요.)


떠나와서는, 떠나온 자리를 돌아본다.
그래서 좋다. 떠나온 자리가 소중한 걸 새로 안다.
관계. 활동.
조금 더 고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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