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걸음은 어디로 어떻게 옮겨야 하지?

요새 생각과 감정이 복잡해질 만하면
벌떡 일어나서 요가매트를 깔고 요가를 한다.
아침 저녁으로. 빡시게.

멋도 모르고 애들은 좋다고 신나게 같이 한다. 한결이는 자기도 어린이집에서 배웠다고, 백조자세 메뚜기자세 뱀자세 호랑이자세 등등을 나한테 친절하게 가르쳐주면서, "잘했어! 제법인데?" 하고 칭찬도 해준다 ^^

첫 날에는 등구르기를 엄청 했다. 한 200번?
다음 날에 등, 아마도 심포경 부분이, 등에 박제 핀 꽂은 나비가 된 것 처럼 그 부분을 중심으로 종일 아프다가, 하루 더 지나고 나았다.

몸도 가뿐, 기분도 가뿐.
치우친 몸과 마음이 균형을 잡아간다.

몸처럼 마음도 탄력있는 사람 해야지.
마음처럼 몸도 탄력있는 사람 해야지.
탄성회복력이 끝내주고 군더더기 없는 상큼한 사람 해야지. 보기만 해도 많은 것을 알 수 있는 사람 해야지.

몸에서 반응이 바로 나타나서 깜짝 놀라고 있다. 하루 다르고 이틀 다르다. 씻을 때 만져지는 몸이 다르다. 허벅지도 다르고 허리도 다르다. 눈으로 봐도 다르다. 나만 느끼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오오오오 엄청 좋다 -_-+

허우적 허우적 가라앉을 때 기다렸다는 듯이 슬며시 나타나 붙잡아 주는 가르침들. 어떻게 이렇게 나의 한 부분이 된 걸까. 기가 막히게 만나서 엮이고 펼쳐진, 인연이 고맙다. 우연이 아닌 운명인 것 같다! :-D

나의 배움이 나의 구원.
꼬불쳐놓은 쌈짓돈같은 배움이 박스로 있어!
요번 구원은 요가다. 보리언니 고마워요.

'배운 것을 잘 쓰는 것이 나한테도 선물, 내 주위에도 선물이구나' 한다.


+

이사카 코타로 소설을 읽어야지. 이럴 때 "오듀본의 기도"를 꺼내서 다시 읽고 싶다.

세상에 남은 마지막 비둘기 한 쌍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 허수아비 예언자가 목숨을 바쳐 운명을 짜맞춘다. 예언에 엮여있는 모든 생물과 무생물이 하나하나 운명을 밟아가는 이야기. 엉뚱하게 전혀 다른 시공간에 있던 주인공도 불러들이고, 그 엉뚱한 소환이 결국 자신도 구하고 비둘기도 구하고 연인도 구하는 이야기. 우연도 운명. 음악이 마지막 퍼즐 조각으로 등장할 때는 소름이 끼쳤다 ㅠㅠ

절판이라 중고시장을 뒤져도 못찾고 있지만. 다시 만날 인연이면, 시간이 돌아서 때가 왔을 때 다시 만나겠지.


+


그러니까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 과정들이 사라지지 않고
다음에 어느 때에
다른 이야기와 관계 속에 다시 돌아와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펼쳐질 것이라고
믿고 싶은 것이다.
그러니 너무 애착하지 말자고.

놓아야 할 때를 보면
손을 흔들어주면서
"또 만나-" 하고 잘 흘려보내자고.
그게 아마 지금이라고,
백번 생각해도 백번 그렇다.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상황을 인정하고, 받아들여, 얼른 생각의 틀을 바꿔, 다른 상황을 살아가는 것. 흐름 바꾸기. 애 키우느라 매일 좌절하고 반전하고 있어서, 이거 하나는 잘할 수 있다.



안녕안녕안녕-
얼른 얼른 놓아줄게.
끊어지는 것이 아니야. 흘러가는 거야.
고마웠어. 다시 또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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