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일하고 있다가 두시간 후에 본
어느 날의 한결이 전화.
마음이 짠해서, 일 마치고 집에 가면서
한껏 하이톤으로 전화했다.


"티비 보고 있는데, 한참 재미있는데, 엄마가 전화했어."
은근히 어서 끊으라는 압박을 넣는다.




(2학년이 되어서 요렇게 알림장도 다 쓴다.
보석같은 글씨 ㅠㅠ
요번에는 내려갔더니 일기도 쓰고 있었다!

신기하고 기특해서 물어본다.
일기를 어찌 쓰고 있나, 궁금하다.)

"오늘도 일기 써?"

"아니. 여자만 쓰는 날이야. 나는 남자가 쓰는 날에 써."

"그렇구나!

근데 여자가 쓰는 날이지만
오늘도 일기 써도 되잖아?
일기 쓰는게 얼마나 재밌는데.

재미있는 거, 기억하고 싶은 거, 마음에 남은 거 있으면
일기에 써봐봐.
나중에 보면 되게 재밌다.
쓰면서도 되게 재밌어!
써놓는 것 밖에 나중에 기억이 안 나더라.

옛날에 한결이가 엄마 밤에 산책하러 나가는데
엉덩이 찰싹찰싹하면서 '맛있겠다'고 한 얘기,
읽어주니까 재밌었지?
그거도 일기 써서 안 잊어버린거야.

엄마도 한결이한테 얘기해주고 싶은 거 있으면
써뒀다가 읽어줄게.
한결이도 엄마한테 얘기해주고 싶은 거 재밌는거 써서
나중에 엄마 읽어줘어."

"응 알았어."


너무 나 혼자 신나서 많이 얘기했나;;;
한결이도 일기쓰는 재미를 알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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