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에 상경한 아이들을
오늘 괴산에 데려다주고 왔다.


+

괴산에 거의 도착한 버스 안.

"어린이들, 우리 또 만나.
엄마는 오늘 저녁에도 공부하러 가.
어린이들도 밥 잘 먹고 잘 지내고 있어-"
했더니

온유가 토라진 얼굴로 입을 삐죽이면서
"에이, 시시해!
나 엄마랑 헤어지는 거, 세상에서 제일 시시해!"
하는 목소리, 표정.
"아이고, 온유가 엄마랑 안 헤어지고 싶구나!" 하고
나는 웃으면서 이마에 머리통에 뽀뽀를 쪽쪽 했다.

마중나온 아빠 차를 타고 가면서
안 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던 한결이 얼굴.
나는 웃으면서 같이 손을 흔들었다.


+

괴산에서 아이들과 헤어져서 과천집에 돌아오는 시간은 바빴다.
오늘 수업 간식당번이라 간식도 샀고,
차 안에서 꾸벅꾸벅 졸면서 쪽지시험 보는 한자도 외웠다.
퇴근시간 딱 맞춰서 온 몸이 찡기는 지하철을 갈아타면서 집에 왔고.
몇 분 만에 후다닥 밥먹고, 아침에 못한 세수도 하고;;;;
대추고 차랑 간식도구 챙겨서 강의 들으러 간다.
15분 일찍 도착하게 일찍 출발.


+



바쁜 하루가 끝났다.
일찍 도착했고,
간식은 무사히 세팅했고,
쪽지 시험도 무사히 봤고,
눈 깜빡이는 것도 피곤했지만 수업은 잘 듣고,
오늘만 빠질까 했던 세미나도 끝까지 잘 앉아 있었고.
세미나 다음 발제를 맡아야 할 것 같은 압박감에도
당장 해야할 일이 많으니 "제가 하겠다!"고 하고 싶은 걸 꾹 참고
순간의 무안함을 잘 견뎠다.


집에 걸어오는 길.
열두시가 가까운 시간이라 사방이 어둡고 조용하다.
과천정부청사역 앞에서 샘들이랑 인사하고 헤어지고부터
혼자 걷는 한걸음마다 눈물이 난다.
아까 아이들의 얼굴과 목소리가 천천히 다가온다.
천천히 걸어왔다.

'마주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온유 그림책  (0) 2017.02.18
아이들 그림 - 엄마  (0) 2017.01.06
온유그림 20161219  (0) 2016.12.28
촌어린이 상경. 지하철이 두렵지 않다.  (0) 2016.12.19
달리는 온유  (0) 2016.12.02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