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 아이들이 상경했다.

지하철 탈 때가 가장 두렵고
식당에서 밥먹을 때가 두번째로 두렵다.
온유가 대도시에 오면 못보던 걸 봐서 격하게 감탄하는데,
그 표현이 바닥에 드러눕거나 기는 것이어서다 ㅠㅠ

혼내도(경고하고 언성높이다 도깨비얼굴) 딱 그 순간 뿐,
돌아서면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채로 유격유격이다.

누워보고 싶은 마음을 알 것 같기도 하다.
온유는 주로 지하철이나 버스나 넓은 대리석 바닥이나
낯설고 아름다운 바닥에 감탄한다.
흙길이나 시멘트 포장된 농로나 도로만 보다가
집안도 아닌데 맨들맨들 광택이 나는 바닥을 봐서
신기한건가 싶다;;

그래서 이번엔 미리 준비했다. 야심차게.
관심을 돌려놓을만한 걸로.
3만원주고 8인치 중고탭을 사고,
명작 애니메이션을 모아놓고,
Y잭이랑 이어폰 두개를 준비했다.

결과는 대성공!



센트럴 터미널에서 과천 오는 길.

식사 기다리면서.

워터파크 가는 길.


사람없고 깨끗한 바닥을
엎드려보지 않고, 곱게 앉아서 간다.
평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하면서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잡으러 다니거나,
엎드려있는 온유의 등을 고양이 목덜미 들듯 들어올려 세워놓고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야단치지 않아도 된다 ㅠㅠ


+

지금 여기는 이수역.
워터파크에서 돌고래처럼 물개처럼 놀고나서
지하철 타고 널브러졌다.
집에 어떻게 가지 ㅠ
환승역에서 간신히 끌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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