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짐 정리하다가 찾았다.
요전 설에 속초가서 만든 온유 그림책이다.
종이를 접어서 4페이지로 책을 만들어줬더니
그리고 싶은 걸 슥슥 그렸다.
그래서 온유 그림책이 됐다 :-D

이 구멍이 뻥뻥 난 종이는 도트프린트 용지다.
애들 그림 그리라고,
속초 할아버지가 한뭉텅이를 내주셨다.
잉크젯도 레이저도 아닌 도트프린터의 시절,
아주아주 예전의, 25년 전 쯤에 쓰던 그 종이를
아빠는 아직도 버리지 않고 잘 보관해두셨다.
정리를 잘하고 물건을 잘 간수하고 꼼꼼한 아빠의 성격은
이 종이 상태 하나만 봐도 역시나, 한다.

이 종이는 특이한 게
낱장이 아니라 전체가 다 연결되어 있고
절취선이 있어서 쭉 뜯을 수 있다.
무슨 종이인형놀이에 그려진 인형옷을 떼어내는 종이같이
모양대로 뜯어지는 선이
어린 마음에도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프린터에서는 한글자 한글자 출력될 때마다
찌릭찌릭, 리듬 있는 음악같은 소리가 났다.

아빠는 이 종이로 뭘 출력했을까.
그 시절의 아빠는
한참 힘내서 일하던 중년이었을텐데.
아빠가 이 종이를 다 쓰기도 전에
기술은 너무 빨리 좋아졌다.

그래서 내 아이들은
2017년 2월에
태어나서 처음 보고, 앞으로도 보기 힘든 이 신기한 종이에다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것이다. :-D



책표지. "이온유" 라고 썼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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