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다녀와서 저녁을 차려먹고, 쓰레기 분리수거하고, 방청소하고, 빨래를 널고, 산책을 다녀오고, 설거지를 마치니, 씻고 잘 시간. 일요일에 황태감자국 한냄비 끓이고 장을 봐둬서 반찬은 안만들어도 된다.

그런데. 산책하면서 강의듣는거 말고 다른 공부는 언제 하지? 벌써 졸음이 몰려온다;;

혼자 지내면 밥먹고 공부만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고시생같은 공부모드. 그동안 못한걸 몰아서 하는 공부모드. 그런데 그렇지도 않다. 여기도 여전히 생활이 있다. 혼자 있어도 집은 어질러지고, 버릴 것도 계속 나오고, 먹고 마실 것도 날마다 만들어야 한다. 어디를 가도 누구랑 있어도 그렇겠지. 살아가는데 이만큼의 시간은 들겠지.

그래도 그렇지, 왜 좋아하는 책을 앞에 쌓아두고 읽지를 않고 있을까, 좀 더 생각해보니, 생활하는 것이 꽤 즐거워서 그런가보다. 내가 있는 작은 공간을 시간을 들여서 단정하게 가꾸는 것이, 공부만큼이나 재미있다. 살림의 재발견! 이 소박하고 홀가분한 규모라니. 아주 작은 집이라 약간만 손을 대도 금방 티가 난다. 집안일이 금방 끝나면 '진짜 이게 다야? 이제 더 할 일 없는거 맞지?'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기분이 무척 좋아져서 (그 금방 끝나는 분야가 여러개인 것이 함정이지만;) 마치 '내가 원래는 살림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하고 착각할 정도다.

공부할 시간도 벌어야지. 마음을 더 내야지. 공부하러 왔는데 재밌다고 살림만 하고 갈 수는 없다. 이대로 즐겁고, 더 부지런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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