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이라서 세계가 좁은 사람이 된다는 건, 더 생각해보면 꼭 맞지는 않는 인과관계인 것 같다. 대자연의 신비와 아름다움에 미안해지는 말이다. 크게 흐르는 계절 속에서 겸손하면서도 여유롭고 자유로운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날마다 소소하고 작게 변하는 시골의 하루처럼 날마다 새로운 영감으로 차올라서 가슴벅찬 사람이 될 수도 있지 않나?


날마다 먹는 밥이 내가 되는 것처럼, 날마다 하는 생각과 말이 자기의 삶의 시간을 채워나가고 그대로 자기가 된다는 걸 의식하지 못한다면, 더 어렵고 나은 방향으로 자기를 새롭게 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40이 넘고 50이 넘어도 도시에 있어도 시골에 있어도 마찬가지겠다. '그런 쓸데없고 뻔한 말을 지껄이다니, 다른 차원으로 넘어갈 수도 있었던 서로의 소중한 인생을 낭비했어.' 하고, 자다가도 부끄러워서 소스라치게 놀랄, "(만교샘 표현에 따르면) 내 세계가 아닌 바깥 세계의 말"을 하지 않도록, 바짝 긴장해야겠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하지? 자기가 아깝지 않나? 자기 삶이 아깝지 않나? 어떻게 살아왔길래, 어떻게 살고 있길래, 자기를 학대하듯이, 그런 말과 생각으로 관계를 채우지? 그 관계에서도 뭔가 새롭고 즐거운게 만들어질까? 나아질 것이 없는 말과 관계를 계속하고 싶을까?" 하고 소스라치게 놀라고 와서, 잊지 않으려고 쓴다.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문득 나한테 내가 좋아하지 않는 모습이 나올까봐, 나도 모르는 내 모습이 뻔할까봐, 너무 무섭다. 저 질문들이 그대로 내게도 돌아온다. 그리고, 마음이 편하지 않고, 아깝고, 안타깝다. '어찌보면 참 좋은 사람인데. 다르게 만나면 참 좋은 사람인데. 그 좋은 사람이 어째서 그렇게밖에.'


어느 벗님은 스스로를 지키려면 해로운 소리와 관계 속에 있을 때 용기를 내서 멈출 수 있어야 하고, 결국은 (자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긍정의 힘으로 가야 한댔다. 만교샘은 자신과 상대방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공부랬다. 도담샘은 용신과 개운법은 어찌보면 타자를 만나 자기를 허물어뜨리는 것이라고, 타자가 나의 미래라고, 나의 지금을 죽이고 타자가 되고 싶어 달려가는 마음이 미래가 된댔다. 그래야겠다. 


나는, 지금 여기 있는 나와 아무 상관 없는 남얘기에 기운을 쓰고 즐기는 사람이 잠시라도 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을 만났다. 말을 매끄럽게 잘하는 편도 아닌데, 잘 하지도 못하는 말이 시시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한두마디를 주고받아도 마음에 가까이 가닿고 싶다. 벗님과 만나, 이야기가 어디까지 멀리 갈 수 있을지 한없이 뻗어나가다, 막다른 골목에서 반전하고 또 막다른 골목에서 반전을 거듭하는, 같이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여행이 되는 사람이고 싶다. 할 수 있는 건, 다만 날마다 조금씩 내가 아닌 내가 되기를 애써보면서 나를 들여다보는 것이겠다.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첫날 도시락 x 작심삼일  (0) 2016.03.26
목련꽃망울이랑 보름달  (0) 2016.03.25
살림모드에서 하나 더.  (0) 2016.03.15
개강 첫주  (0) 2016.03.13
숙제 : 조절  (0) 2016.03.0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