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이가 벌써 7살.
어린이집에 갈 것인가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 갈 것인가를 두고 정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어쩌면 한결이 동갑내기 친구들은 병설유치원에 많이 갈지도 모르지만, 나는 오래전부터 어린이집으로 정해놔서 마음이 편하다. 이유를 정리해놓아야지.



1. 우정은 나이에 크게 상관 없다.

애들은 친구가 필요하고 친구를 찾는다지만,
그게 굳이 동갑에 같은 성별이어야 할 필요는 없지 않나?
나만 해도 벗님들 나이도 성별도 다 다른데.
벌써부터 나이로 갈라 친구가 될 수 있는 나이의 폭을 줄이고 묘한 경쟁상태를 겪게 하고 싶지 않다.
지금처럼 선생님들이랑 동생들이랑 친구하고, 어떤 사람을 만나서도 친구하고 재미있게 놀 수 있는 시간을 조금 더 주고 싶다.



2. 자연에서 노는 것

내가 보는 한결이는 개구쟁이.
호기심이 많고 움직임이 크고 많다.
의도한 것은 거의 잘 따라주지 않고,
대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한다.

철따라 산으로 들로 숲으로 강으로 가서 놀면서 행복해한다. 길가의 벌레, 개구리, 나무열매 하나를 만나도 친구들과 나누면서 신기하고 행복하다. 그래서 자연에서 놀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놀게 해 주고 싶다.

한결이 말마따나
"엄마. 도시는 내 세상이 아니야.
이평리가 내 세상이야."

송면어린이집은 그런 곳이다.
선생님들의 보이지 않는 응원과 배려를 듬뿍 받아서 놀고 놀고 또 놀 수 있다. 함께 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놀면서 천천히 자연스럽게 깨닫고 배워간다.
펄떡펄떡 살아있는 야생의 감, 자기 몸은 자기가 지킨다는 독립인격으로 성장, 마주한 사람의 마음을 살피는 상냥함을 보고 놀란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배운다. 올 한해동안도 아이는 얼마나 의젓해졌는지.


아이가 평생의 기초체력이 될 놀이밥을 먹는 곳.

아이의 나이테 속에
나이를 넘은 우정과
솔멩이골의 사계절이 스며든다.
동네 지도가 눈감고도 그려진다.

이 것이 얼마나 굉장한 건지 나는 안다.
꿈에서도 자꾸 시골에 돌아가서
결국 도시를 뛰쳐나온 나는, 안다.



떠올리면 힘이 나는 평생의 풍경이
다채롭고 풍성하게 만들어지는 이 나날들 속에서,
한결이가 마음껏 푸덕푸덕 활개를 치고 날아다니길.

어른이 되어도 지금처럼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곳을 스스로가 찾아내고, 용기내서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깊이 저장해두길.
뚜벅뚜벅 네 길을 걷길.

응원한다.





3. 안전한 먹거리

송면어린이집의 먹거리는
그야말로 제철먹거리, 지역먹거리, 친환경, 슬로푸드, 핸드메이드.
단언컨대 집에서보다 훨씬 더 잘 먹는다 ㅋ
안알려져서 그렇지,
우리나라에서도 최고가 아닐까?

밥상의 생명 철학이 있는 곳.
한결이의 몸에
밥 한숟갈에 담긴 생명의 우주를 매일 넣어주는
아주 굉장하고 소중한 곳이다.



4. 온유와 함께 있는 곳

난동곰 형제가 함께 있을 수 있는 것도 좋다!

한 놈이 노래를 시작하면
다른 놈도 같은 노래를 따라 부르고,
한 놈이 산책이야기를 시작하면
다른 놈도 "나도나도" 하면서 이어간다.

같은 추억을 많이 공유하는 것이 가족이라고 어디서 본 것 같다 ㅋ
형제가 같은 사람, 같은 공간, 같은 먹거리, 같은 놀이에 대한 기억을 공유하는, 서로 더 많이 친한 가족이 되기를.

나중에 나중에
엄마가 세상에 남겨 준 가장 큰 선물이
형제인 것을 알게 될까.

보물상자는
"둘이 지금 함께 있는 시간"
"둘이 노는 평범한 일상" 인 것을 알게 될까.

둘이 서로를 기억하고
같은 추억을 쌓는 시간을 더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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