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백년만에 가만히 누워있다. 서있으니까 꼬맨 자리에 피가 몰리는 느낌이 난다. 누워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소소하게 한다. 연락하고 섭외하고 알리고 하는 일이다.

그러다보니 틈틈히 불쑥 불쑥, 예상치 못한 보석같은 이야기가 날아온다. 어느 하루도 그냥 흘러가지 않는구나. 내 누운 자리는 평평해도 내 시간은 평평하지 않다.

점심도 금방 오고, 저녁도 금방 온다. 아무 것도 안해도, 때 되면 배가 고프다. 내 손으로 만들지 않으면 입에 들어갈 음식이 없는데, 누워있느라 음식 만드는 일을 안해서 먹을 것이 하나도 없다. 금방 해가 기운다. 인나서 밥 해먹어야지. 어린이들은 남편이 어머니집에 보내줬다. 가만히 있으니 하루가 금방이다.

창밖에 어스름따라 마음이 어스름해지려는데 막 보리언니한테 전화가 왔다.

"살아있어? 간밤에 고비를 넘겼어?"
"네 푸하하. 혈관 안터졌어요. 무사히 넘겼어요!"
"명줄이 길어~ 앞으로 십년은 더 살겄어~"

엄청 웃다가 눈물이 다 났다.
그렇구나. 명줄이 길어!
하, 이 유쾌한 말이, 상황을 해맑게 싹 뒤집는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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