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언니랑 달이 없는 캄캄한 밤, 별을 보면서 뚝방길을 산책했다. 우정과 낭만이 가득한 아름다운 밤 ㅠㅠ

 

이만교 작가 소설 "머꼬네 집에 놀러 올래?"하고 "나쁜 여자, 착한 남자" 읽은 얘기를 하다가, 글쓰기 공작소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구절을 누군가 블로그에 쓴 글을 읽고 나한테도 불꽃이 일어난 얘기로 옮겨갔다.

 

"전습록 같으네."

 

지금 언니랑 나는 매일 어디에다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있는지. 사실은, 정말 사실은, 무엇을 하면서 살고 싶은 건지. 이런 얘기를 속마음 탈탈 털어 나눈다. 언니를 만나면 늘 굉장하다.

 

나는 피아노를 배우고 연습하고 더 잘치고 싶다고 말하지만, 내 하루 중에는 피아노를 치는 시간이 없다. 그저 필요할 때 반주나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지금 이 상태로 충분히 만족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얘기하다가 발견.

 

"나는 이제서야 조금 알 것 같아. 너는 12년이라는 시간을 나보다 빨리 고민하고 있잖아. 시간을 번거야!"

 

"언니 저는, 음, 일기를 쓸래요. 자세히 보고, 자세히 쓸래요. 그게 지금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아요."

 

 

+

 

나는 재빨리 반응하고 유머를 던지는 넉살력, 순발력이 떨어진다는 걸 스스로 안다. 여럿이서 이야기를 와글와글 나눌 때는 끼어들 틈을 못잡는다. 용기가 없어 우스갯소리도 못하고 그저 웃는다. 음치 아니고 "농치". 딱 나한테 붙일 만한 말이다. 나는 상황을 글로 옮기면서, 그 때 내가 반응하지 못했던 부분을 찾아 너스레를 보태서 빈 틈을 메꾸는, 뒤늦은 반성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소소한 이야깃거리가 남는 것이 좋다. 내가 쓴 만큼이 내가 기억할 수 있는 만큼인 것 같다. 이야기를 모으고 추억하기 좋아해서 그럴까. 지금은 매일 틈만 나면 읽고 쓰고 싶다. 써서 무엇이 되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뭔가 될 수 있을 것 같지 않고,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시간도 너무 많이 들지만, 배우고 읽고 쓰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다. 왜 배우고 읽고 쓰고 싶은 걸까?

 

+

 

돌아와서 "나를 위한 글쓰기 공작소", "개구리를 위한 글쓰기 공작소" 책을 당장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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