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의 일기를 들춰보았다.



가족이 되고 싶었다. 그때그때 최선을 다해 선택해서 지금까지 왔다. 지금도 아이들을 있는 힘껏 사랑하고 마음을 주고받고 있다.

일상의 소소한 생활이야기 나눔. 마음 주기. 아끼고 친해지려는 노력. 시골사는 남편들한테는 이런 것이 그렇게도 어려운 일인가. 나는 세대가 그렇게 많이 다른가. 아니면 혹시 내가, 전하는 요령이 서툴렀고 육아에 늘 지쳐있어서 내가 주고받고픈 사랑의 방식으로 대하지 못했나. 악순환이 되풀이 되풀이.

소통없는 결혼생활도 다들 그렇게 산다고, 기대하지 말고, 자기 관계 자기 삶을 가지고 그저 베풀고 살라고. 안타까워하는 지인들이 오랜 경험의 지혜를 나누어 준다. 너무 고맙다.

하지만 그런게 정말 결혼이라면 나는 망했다. 결혼은 망하지 않았는데, 나만 망했다. (화섭언니 말마따나) 망해서 다행이다. 망해서 이 결혼은 내게 성공이다. 많은 이들이 그렇게 산다는 모습의 결혼생활을, 나는 견딜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일기를 쓸 때는 귀농하면서 혼자 살기로 마음먹었을 때. 세월이 한바퀴 돌아서 다시 이 마음 앞에 섰다.

돌아보면 뭉클한 순간이 많다. 아파도 제대로 아플 수가 없었지만 아플 때 혼자가 아니었다. 매일매일 내 손으로 밥을 지어 아이들과 한 상에 둘러앉아서 먹고 있다. 매일 아침에 눈뜨고 잠들 때 "사랑해-" 하면서 꼭 안아주고 뽀뽀해주고 있다. 외로움은 이런 것이 매일 있다가 없어지는 것부터 시작이겠지.

아이들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겪는 사소한 일상과 그 속에서 느끼는 감정이 켜켜히 쌓여가다가, 하루아침에 텅 비는 일상이 가난함이겠다. 맛있는 것 좋은 곳을 만나도 아이들과 나눌 수 없는 것이 가난함이겠다.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그건 괜찮다. 하지만 어떤 것이 진짜 용기인지, 더 방황해야겠다.



이전과 다르게 풀려고 나는 충분히 노력했을까, 하고 계속 물어왔다. 혹시 아직도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노력하면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 하고 오래 괴로웠다.

노력이 놓이는 상황도 살펴야 한다는 걸 알았다.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인지 놓아야 할 때를 못보고 붙잡고 있는 상황인지를 잘 느끼고 판단하는 것도, 중요한 해결방법이다. 선택의 결과가 너도 살고 나도 사는 방향으로 가고, 그 판단을 내리는 시간이 적절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인력. 서로 끌어당기는 힘.
나는 여기서 튕겨져 나가면 우주미아가 되어서 정처없이 둥둥 떠다니겠지. 인력이 작용하는 곳을 만나길. 만나지 못해도 떠다니는 자체로 충분하길.



일요일을 잘 지내고, 방황한다.
빨리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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