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엄마한테 박치기 연습하고, 태권도 발차기 연습하고, 주먹쥐고 권투연습하는 난동곰들.
"하지마! 하지 말라고! 엄마 아프잖아! ㅠㅠ"
하다가, 뭐라 말할 기운도 없어졌다.
대략 저녁 먹고 곰들을 후르르 몰아서 산책 나왔다.
마침 보리언니랑 통화하고, 뚝방길을 걸어서 언니를 만나, 맥주 한캔씩 들고 얘기하면서 걸었다.
해가 지고 있다. 서쪽 하늘이 발간 어스름.
이 풍경은 어쩌면 이렇게 좋을까. 강이 바다에 다다를 쯤에 물이 느리게 흐르는 것 같다. 다왔다. 마음을 놓아도 된다. 평화.
오늘 하루도 끝나간다. '도저히 못견디겠다-' 싶을 때 하루가 또 저물어간다. '자- 그럼 이제 뭘 해볼까?' 가슴 속에서 뭔가 뜨거운 덩어리가 틈을 비집고 나오려다가, 다시 스르르 들어간다. 어스름이 머무는 잠시 동안의 기대와 평화.
"언니. 저기 엄청 밝은 별이 목성이에요. 오늘은 달이 밝아서 밝은 별만 보이고 다른 별은 잘 안보이네요. 아아, 같이 별 보려고 별자리 열심히 외웠는데 다른 별이 안보이니까 무슨 자리인지 모르겠어요."
+
꿈을 꿨다. 춘천 시립도서관을 나와서 나래네집에 가는 길 위에 있는 꿈. 쭉 늘어선 자동차 불빛이 별 같았다. 오른쪽 공지천을 지난다. 거의 다왔을 때 천천히 멈춘다. 그리고 다시 세 번쯤 같은 길 가기를 반복하다가 천천히 도착하면서 천천히 눈을 떴다. 아침이다.
그 길이 나한테는 어스름이었구나.
길 위에 있는 것 만으로도, 어디든 가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아, 충만하고 평화로웠던 잠시의 어스름.
나래를 만나러 춘천에 곧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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