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시간이다. 불끄고 누워있는데, 한결이가 내가 덮은 이불을 잡아당긴다.
"엄마! 이거 내 이불이지?"
"응. 바꿔줄까?"
"어."
공기가 더워서 얇은 이불을 한결이랑 온유 각각 덮어주고, 나는 좀 더 도톰한 이불을 덮은 것이다. 자기 이불로 바꿔달라니, 바꿔줘야지. 작은 등을 켜고 이불을 바꾸는데, 아직까지 뒹굴뒹굴 말똥말똥 안자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갑자기 화가 치솟는다. 열한시가 넘었다.
"한결, 이게 마지막이야. 이불 바꾸고 이젠 진짜 자는거야. 엄마한테, 안자고 자꾸 이렇게, 하아(짜증을 참고 부르르 떰),엄마 힘들게 하지 마. 또 뭐 해달라고 하면 혼날 줄 알아! 눈 딱 감고 자!"
"말걸지 말라고?"
"응."
일곱살짜리를 위협했다. 에혀.
남편은 상가집에 갔다. 늘 그렇듯 나홀로 전쟁. 열시반에 누웠는데, 눕기 전까지도 너무 많은 일이 있고, 눕고 나서도 너무 많은 일이 있다.
자기 이불로 바꿔달라고 하기 전에는
"엄마! 코딱지 팠어. 휴지 한장 줘."
해서 휴지 가지러 나갔다왔다.
휴지 달라고 하기 전에는
"엄마! 콩알만 한 코딱지 팠다. 만져봐."
하면서 내 손을 끌어당겨 손가락끝을 만져보게 한다.
코딱지 만져보라고 하기 전에는
엉덩이를 내 얼굴쪽에 대고 "뽕" 방귀를 먹인다.
"엄마! 나 방구 꼈어. 이히히~! 소리 들었어?"
방귀 전에는
"엄마! 엄마는 내꺼야! 엄마는 내 옆에!" 하면서. 온유를 토닥이는 나한테 찰싹 붙어서 내 팔을 끌어당겨 팔베개를 한다.
하나하나 보면 엄마가 좋아서 그러는 건데. 잠을 안자고 자꾸만 날 찾고 뭔가 반응해줘야 하는 한번 한번에 허덕거린다. 하나하나 보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았지만, 결국엔 이불하나 바꿔주는 것이 힘들다고 애 입을 우격다짐으로 틀어막았다. 명령어로 눌렀다. 아이가 스스로 납득할만하게 얘기하지 못했다. 단계를 밟아서 예고를 하지 못하고 갑자기 폭발한 격이다. 그러고나니 퍼뜩, '이렇게 화낼 만할 일이 아니다.' 싶어서 바로 사과했다.
"한결아, 미안해. 엄마도 자고 싶은데, 한결이가 잠을 안자고 자꾸 엄마한테 말을 해서, 화가 났어. 화낼 일이 아닌데 화내서 미안해."
"괜찮아!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
쿨하게 받아주고, 곧 잠이 든다.
'살다보면' 이라니 ^^
일곱살 인생. 서른+여섯 인생의 형님이로다.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
2015. 5. 12. 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