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 사육 달인이다.

한입 먹지 않고 견딜 수 없는 

엄청 맛있는 밥과 간식을 만들어서

(반강제로) 하루에 여섯끼를 먹인다.


엄마집에 이틀만 있으면 

3kg 늘어나는 건 기본이고

어린이들이 속초에 일주일만 있으면

속부터 밥살이 차올라서

얼굴에 윤기가 돌고 키가 큰다.


엄마의 비법을 넣은 작품을

배 꺼질 틈 없이 먹이는 것이 

엄마의 애정 표현인 걸 안다.


오로지 직진하는 애정 드라이버

엄마의 탈진을 생각해서

적절한 시점에 외식하러 나오거나

배달 음식을 시켜야 하는 것도.



+



나는 배고플 때 

맛있게 내 양만큼 먹는 게 좋은데


엄마집에서는

밥먹고 나면

그 다음 먹을 것이 

또 나오고 또 나오고...


(계속 안 먹는다고 하면

"안 먹쳐는다!"고 가끔 버럭 화냄)



+



요새 나이를 한살 더 먹어서 그런가,

내 몸의 피로회복 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다음 일이 다가오던 

육아가사노동의 시공간을 벗어나서 그런가,

집에서 밥해먹는 것이 즐거워지고 있다.


거의 혼자 밥을 먹는 일상 사이사이에

누군가와 같이 밥을 먹는 기쁨도 새로 느낀다.

내가 만든 음식을 같이 먹는 것도 새롭다.


엄마의 애정 표현을 생각한다.

그게 어떤 기쁨인지, 조금 알 것 같다.


소중한 사람한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서

입에 넣어 주고 싶은 것.


상호작용이 더해진 맛있음은

기쁨의 고도화랄까! :-D


(요새 회사에서 쓰는 

'시스템 고도화' 용어에 꽂혀서

아무데나 일단 붙여놓고 보는 감이 있다)



+



후닥후닥 척척척 손이 날아다니고

하는 것 마다 너무 맛있는

엄마의 기술을 닮으면 좋겠는데


안타까우면서도 다행히도 

나는 만들어 먹이는 기쁨 하나를

간신히 닮은 것 같다.



+



같이 밥을 먹어요.


그리고 가끔

내가 만든 밥도 먹어요.


손은 꾸물꾸물하고 성공률도 떨어지지만

즐거우니 계속해보겠습니다, 집밥의 고도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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