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껏 잘 만나고 와서

시름시름 앓는다.


눈 왔다고 밖에 나가 열심히 놀고

집에 들어와서 이마가 끓는 것처럼.


앓을 짓을 해서 앓는 거라

아무 소리도 못 하고

또 시간이 지나기만 기다린다.


앓아봐야 안 나가지, 

좀 앓다가 괜찮아지지,

그 사이에서 우물쭈물 한다.


+


무엇을 더 얘기하고 싶더라도

바로 그 얘기를 하지 않고 할 수도 없으면

애초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알 수 없는

평온한 상태가 온다.


황정은 소설 <파씨의 입문> '대니 드비토' 유라씨처럼

남고 싶은 건지 남고 싶지 않은 건지, 의식과 경계도

흘러내리고 쓸려다니면서 흩어지길.

무엇이 남았어도 멍멍이 복자마냥 산뜻하게 소멸하길.


+


나는 조금 더 앓고,

내일도 우리 모두 무사하면 좋겠다.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황을 정리하는 한마디  (0) 2020.02.02
현미잡곡에 밥밑콩  (0) 2020.01.30
매일 아이들과  (0) 2020.01.12
어떻게 되겠지  (0) 2020.01.09
서로 소중하게  (0) 2020.01.0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