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이 지나고 다시 그 날이 바짝 다가왔다 +_+
보름달이 뜬 밤에 인간의 모습이 서서히 풀려서
손발톱이랑 털이 마구 튀어나오고 있는 늑대인간의 멘탈이랄까,
반감기가 하루인 방사능원소가
반토막을 향해 격렬하게 붕괴하고 있는 상태랄까,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는
긴장하고 몰두하고 있어서 제정신인데
그 밖에 혼자 있는 시간에는
제정신이 아니거나 제정신과 아님의 중간쯤에 있다.
이 시기를 멘탈 반감기라고 하자.
+
그나마 다행히
뭔가를 읽고 있을 때는 괜찮다.
멀쩡하게 잘 있다가
회사 문을 나오자마자 몇 걸음 걸으면서
어, 울겠다, 오늘 위험하네, 했다.
아무 생각 없이 읽을 수 있는 곳에 가야 한다.
바로 앞 정류장에서 마침 2분 후에 도착하는 91번 버스탔다.
버스 탔다가 15분 후에 내리면 카페 꼼마가 눈 앞에 있다.
바닐라라떼를 주문하고 새로나온 책을 둘러보면서 아 이제 살겠구나 했다.
+
10시에 문 닫을 때까지 화장실가는 시간 빼고 세시간 반 동안 읽었다.
읽고 있는 동안은 역시 괜찮네.
+
집에 걸어오는 길에는
읽느라 멈춘 것처럼 느려져서 잠시 잊고 있던 멘탈반감 속도가
다시 격렬해졌다.
뭐, 어쩔 수 없는 것이
이것 밖에 없었겠어.
이것 밖에 없겠어.
어쩔 수 없던, 없는,
앞으로도 어쩔 수 없을 것들을 떠올린다.
기계적으로 척척척척척척척 걸어 집에 와서
뜨거운 물에 씻고, 에어컨 틀고,
Oh wonder - Livewire 들으면서 선풍기에 머리 말리고
머리 다 마른 다음엔 일찍 자버렸다.
하루를 무사히 넘겼다.
하루씩 무사히 넘기면 어느새 다시 괜찮아진다.
+
카페꼼마 2층에 소파 있는 곳.
공간도 엄청 넓은데 평일 저녁이라 사람도 적었다.
앉았다 누웠다 전세를 냈네.
문학동네 북클럽 회원이라 커피음료 50% 할인이다.
가져간 텀블러 가득 받은 바닐라라떼가 2900원이라니 감격이다.
Livewire도 오늘 여기서 영입했다.
멘탈 반감기에 처방하는 주제곡으로 삼겠다!
후렴에 "구명줄 구명줄" 부분이 입에 착 붙는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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