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를 구웠다.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나서
무쇠팬에다 들기름 두르고 양파랑 구워서
회사 사람들이랑 같이 먹으려고 도시락 반찬으로 싸갔다.

소금을 특별히 신경써서 많이 뿌렸는데도
예상했던 대로 온갖 창의적인 디스가 쏟아졌다.

혹시 콩단백으로 만든 고기냐며 ㅋ
라면국물에 적셔먹으면 간이 딱 맞겠다며
만두 속에 든 조각 고기가 더 맛있는 것 같다며

아니 이 사람들 무슨 고기맛 묘사로 랩 배틀이야.
맛만 좋구만!


설령 내 솜씨가 후라이팬 위에서
단 몇 초의 차이로 소고기를 콩고기로 만들었다해도
고기는 엄마가 보내준 사랑의 소고기.

엄마는 반찬이랑 과일이랑 소고기를
스티로폼 박스에 아이스팩을 네개나 넣고
바로 다음날 도착하는 택배인 걸
몇 번이나 확인하고 부쳐줬다.

“너무 신선해서 불고기 하기 아까워서 그냥 보냈다.
소금만 쳐서 구워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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