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고 있네, 웃기지도 않은 주제에. 태순은 생각했지만 말하지 않았다. 생각난 걸 말하지 않고 속으로 말하다 보니 어느 순간 말하지 않는 게 편해졌고 받아칠 타이밍도 잊어버렸고 난 더 이상 웃기지 않나 봐 생각이 들어 우울하기도 했지만 내가 나를 웃기니 그걸로 됐어, 웃기는 사람들을 가만히 지켜보거나 생각하고 집에 들어가 오늘 있었던 일을 쓰고 내일 있을 것 같은 일을 쓰고 더 기분이 좋을 때는 10년 후에, 30년 후의 일에 대해 일기를 쓰는 걸로 시간을 보냈다. 



- 정지돈, "Light from Anywhere 빛은 어디에서나 온다", 2019 올해의 문제소설



헉, 깜놀. 여기 나같은 사람이 있다.

작가님은 이런 사람을 어떻게 알고 썼을까.

이래서 소설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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