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회식 마치고 집에 와서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헤어지면서 보낸 톡을 보니 아마 열두시 반 쯤인 듯.
헉! 하면서 눈 뜨고 일어나보니
아침 여섯시 반.
적당히 마시고 집에 걸어와서 피곤한 채로
이른 시간부터 푹 잠이 든 결과,
일찍 눈 뜨고 컨디션 너무 좋다 ㅋㅎㅎㅎㅎ
회식날은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는 날인가!
+
일찍 일어난 김에 청소를 하자!
.....면서,
지난번 대청소때 산 식재료들을 버리고 있다.
한번씩 의욕이 치솟을 때 식재료를 사고,
다음 번 의욕이 치솟는 때에는 버린다.
요리를 한다는 선택지는 대체 어느 시점에서 사라지는 것인가.
+
좀 움직였더니 머리가 띵 하다.
속도 울렁거리기 시작한다.
알콜이 다 분해된 것이 아니라 위장속에서 잠자다가 나와 함께 눈을 떠버렸구나. (충격)
그럼 그렇지, 물을 마신 것도 아닌데 ㅠㅠ
토마토에 꿀을 넣고 갈아마시는데 웃음이 난다.
술은 콸콸 마셔놓고, 안 아프겠다고 몸에 좋은 건 이리 정성스럽게 챙겨먹는다.
다시는 술 먹지 말아야지. 순대국에 소주한잔 같은 낭만에 취해서, 노화가 진행되고 있는 몸이라는 걸 그만 잊고 있었다. 마신지 너무 오래되어서, 술 먹은 다음 날이 어떻다는 감각도 잊고 있었다. 수 없이 많은 것을 수 없이 여러번 잊지만, 이렇게 중요한 감각도 잊고야 만다. 어떻게 잊을 수가 있지?
다음에도 잊으면 헉 하고 알콜과 내가 함께 눈 뜨는 것부터 다시 시작하는 아침을 맞을 것이다 ㅜㅜ
술 먹지 말자는 거, 식재료 샀다가 버리는 거, 도서관에서 책을 한계권수까지 꽉 채워서 빌렸다 고대로 반납하는 거 (심지어 연체함), 식단조절 한다면서 매일 과자 먹는 거, 공부한다고 노트북 사놓고 만화 뷰어로 쓰는 거 등등, 종류만 다르고 같은 짓을 계속 반복하고 있다. 이렇게 살지 말자고 다짐하는 것까지 반복에 포함된다 ㅋ
+
국립중앙도서관에 리파지터리 워크샵 참석하러 출발.
광역버스 안에서 유체이탈 상태로 숨만 겨우 쉬다가
내리자마자 약국부터 찾아갔다.
“저.... 간밤에 술을 마셨는데 죽을 것 같아서”
약사 두분이 와락 웃음 터지고;;
“제가 살려드리겠습니다.”
약사님 받아치는거 너무 웃겨 ㅋㅋㅋㅋ
저 작은 앰플을 따서 큰 음료에다 붓고
알약 두알을 같이 삼킨다.
한 모금 마시는 순간 눈이 팍 트이는 느낌이다 오오.
그러고 보니 저 세트가 제일 가까운 코너에 수북하게 쌓여있다.
“저희 약국 상비약이에요. 다음부터는 술 마시기 전에 미리 준비해두시면 좋아요.”
상비약이구나. 상비약일만 하네. 나의 노화진행상태는 아직 약발이 들을 만큼은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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