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마치고 집에 가는 길.
안따라와서 뒤돌아보니 볼이 불룩 삐져가지고는 찐빵이 되어서 앉아있다.

"온유야- 왜 안와?"
"엄마가 손 안잡아줘서!"

손을 안잡아줘서 삐지다니. 아이구 귀요운 자슥.
사라락 가까이 가서 손을 잡아줬다.
급 방긋방긋 헤헤헤, 기분이 좋다. 성큼성큼 잘도 걷는다.

"온유야, 엄마가 손 잡아줘서 좋아?"
"좋아! 헤헤헤헤"



나는 이제 손을 안잡아준다고 삐질 수가 없다. 손 안잡아준다고 삐질 일도 없을 뿐더러, 삐진다 해도 마음을 드러내는 순간 구차해지겠지. 사실 웬만하면 삐지지도 않는다. 나는 어른이라서.

아이들한테는 당연한 건데 나한테는 당연하지 않은 것이 보이고, 사소하고 당연한 것으로 삐지는 아이들이 고맙다.

엄마한테 이렇게, 대놓고 사랑해달라고 하렴. 엄마는 그래도 되는 사람이야. 다 받아줄께. "뭘 그런 걸로 다 삐지냐"는 말은 비슷한 것도 하지 않을께. 작은 신호를 소중히 들어주고 알아줄께. 내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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