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림에서 유기농 레몬 500g짜리 한봉지를 샀다. 썰어서 유기농 설탕 500g을 붓고 하룻밤 재웠다. 1kg짜리 유리병에 딱 맞게 들어가네.

크하- 향기 좋고! 벗님들 마실 왔을 때 한잔씩 같이 할 생각을 하니, 흐뭇흐뭇 하다 :-D 어린이들이랑 남편도 좋아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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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산 유자는 결국 다 상해서 버렸다. 상하는 과정을 "아이고 어쩌나 어쩌나" 지켜보면서도 유자차를 못만들었다. 이유는 뭘까? 부엌에서 뭘 하려는 마음이 안들어서? 여튼 이유를 알 수 없는, 반발하는 마음이 들어서 불가능했다. 뭐지 뭐지. 유자한테 너무너무 미안. 돈 버려서 남편한테도 미안. "유자차 먹고 싶다~~" 계속 기다린 애들한테도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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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에 인문학 강의 들으러 가기 전에 모든 집안 일을 집중해서 해치우는 월요일이었다. 주말동안 또 폭탄이 된 집을 꾸역꾸역 치우다가 퍼뜩, 음악이 없으면 이러다 정신줄을 놓겠다 싶어서, 부엌에다가 스피커를 설치했다.

귀가 못돼먹었는지 심보가 못돼먹었는지 싫증내고 변덕스러워서, 취향이 아닌 곡은 끝까지 못듣고, 취향인 곡만 들으면 물린다. 음악을 들을 때는 특정 장르나 특정 그룹의 음악을 쫙 걸어놓고 들으면서 취향이 아닌 곡을 샥 샥 빼면서 "맘에 드는 새 노래" 목록을 만들어 가면서 듣는다.

(혼자 음악을 들을 때 나는, 사람이랑 같이 있을 때와는 손바닥 뒤집듯이 다른, 엄청 예민하고 성질을 있는대로 부리고 못참는 사람인 듯.)

그렇게 목록을 만들면 싫증날 때까지 한동안 잘 듣는다. 부엌에 스피커를 설치하니까 목록 만드는 일이 쉬워졌다. 그러자 부엌이 천국으로 변신했다!

전에는 거실까지 다다다 달려가서 목록에서 빼고 다시 부엌에 와서 마저 일했더랬다. 다음 곡도 마음에 안들면 또 달려가서 또 빼고. 또 달려가고, 또 달려가고. 그러다 힘들어서 꺼버리고. 집안일 하고픈 의욕도 꺼지고.

지금은 뒤만 샥 돌면 바로 가능하다! 부엌이 집의 중심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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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이랑 발바닥이 아픈데도 음악을 듣고 있는 것이 좋아서 계속 서서 설거지하고, 치우고, 만들고 있다. 견딜 수 있는 부엌을 만드는 데 성공한 것 같다 ㅋ 얼마나 가나 보자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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