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는 엄마 엉덩이만큼,
나이는 다섯살 되어보이는 아이가
엄마 다리를 빙글 돌면서
“엄마. 이따 알라딘 서점 가자. 응?”
한다.

엄마는 말없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고
옆에는 더 어린 아기를 아빠가 안고 있다.
신호등이 바뀌고, 엄마는 아이 손을 잡고 건넌다.

그 뒷모습을 보는데 먹먹하다.
어린 애기와 한참 꾸러기일 아이를 돌보는 것이
날마다 만성피로 상태인 거 너무 잘 알고 있고,
이래도 저래도 엄마는 엄마인,
엄마가 좋은 아이의 마음도 안다.

나의 결여.
나는 지금 내 아이와 저렇게 함께 있지 않다.
나의 결여는 내가 지금 여기에 있는 모습 자체다.


있음은 없어질 수 있어도
없음은 없어지지 않으니
아이의 없음은 내내 나의 결여일 것이고
다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옆에 있어주는 사람에게 감사한다.
언제든 누구든 함께 있어주는 사람에게 감사한다.
서로 안부를 묻고 전하는 사람에게 감사한다.
없어지지 않는 내 결여가
없어지지 않는 당신의 결여와 함께 있을 때
서로 견뎌지는 어떤 시간들 덕분에 나는
밥을 먹고 일을 하고 걸어다닌다.



숨샘이랑 서울시립과학관 SF 컨벤션 가는 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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