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댁에 어린이들을 맡기고, 집에서 한시간을 달려가, 청주 SFX에서 남편이랑 "호빗:다섯군대의 전투" 보고 왔다.

남편은 솔뫼가공공장에서 새벽부터 나가 메주 만들고 왔고, 나는 하루종일 온유랑 씨름하다 모자랑 잠바만 걸치고 바로 나간거라, 둘다 엄청난 몰골이었다 ㅋ 영화관에 말끔하게 멋내고 온 사람들 사이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재미나게 보고 나왔다.

"남편! 가난하고 초라해도 ^^ 내 남자가 있으니까 좀 든든하고 좋다. 하나도 안설레고 두근거리지 않아서, 옆에 있어도 신경 안쓰이고 영화에 완전 푹 빠질 수 있어서 좋다! 이런 관계도 괜찮네? ㅋㅋㅋ"

"그게 뭔 소리냐~~"

"나 7년 전 오늘 쓴 일기를 봤는데, 그때도 누구를 열심히 사랑하고 있었나봐. 나를 드러내는 용기, 이 사람이라면 하고 믿는 용기 등등 사랑을 시작하는데 용기가 필요하다고 썼더라고. 그때는 사랑하는게 그렇게 용기를 내야 했고 그렇게 어려웠는데 7년 지나고 이렇게 편안한 관계에 있게 될 줄 어떻게 알았겠어. 나쁘지 않아!
근데 우리 남편도 맨 처음엔 설레고 떨리고 막 보고싶고 그랬는데. 이렇게 되었네. 자기도 나 처음 만났을 때 설레고 떨리고 보고싶고 그랬어?"

"나는 그런 적 없다...."


이놈 아저씨 그럼 그렇지;;;



돌아오는 길. 증평 어디쯤 길가 편의점 앞에 잠시 멈췄다.

남편 : KGB 사갈까.

나 : 오~~ 자기도 KGB가 좋아졌어?
맛있지? 상큼하고 톡쏘고 달달하고.

남편 : 아니. 너랑 먹으려고 그러지.
그게 무슨 맛이냐. 소주에 사이다를 타도 그거보단 맛있겠다.

오올 내가 좋아하는 술이라는걸 알고 ㅋ

거기에 없어 괴산 읍내까지 가서 네 캔을 사가지고 집에 돌아왔다. 오늘은 어린이들도 어머니댁에서 재우니, 한잔 하면서 각자 좋아하는거 하면서 놀다가 두다리 쭉 뻗고 편하게 자겠다;;

불량부모놀이다 ㅋ

나는 오늘치 일기쓰기를 선택했다 :-D



+ 2007년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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