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벅찬가?
읽고 쓰고 외우는 과제가 몰아닥치고 있다.
충분히 전부터 예고된 사건인데도,
미리 준비하고 있는데도,
다 좋아서 하는 것인데도,
막상 닥쳐오니까 휩쓸린다.
당연하다.
안그래도 공부욕심 더덕더덕에 고집이 쇠심줄인데,
몸 상태가 괜찮아지고 있어서
뭐 하나 포기하고 놓지를 않아서다.
한두개여야지;;;
말만 "지금은 인생의 안식년"이라 해놓고
욕심껏 줄세워놓은 과제들로 날마다 빡빡하다 ㅋ
뭐, 이런 공부모드를 안식으로 여기고 싶은 거였지만,
일이 한꺼번에 몰리는 상황이 안올거라 생각한 것도 아니지만,
지금 현재는 "안식"이라는 살짝 여유맛 양념을 뿌린 것 같은 뉘앙스로 말할 수 있는 상황을 넘어간 것 같다 =ㅅ=;;;
+
이러다
만교샘 페북에 올라온 전체공개 글을 읽었다.
마치
"오늘은
혹시나 아직도 보르헤스를 읽지 못한,
그래서 너무나 불행하지만 자신이 결코 불행한 줄 모르고 살아가는
안타까운" 나를 위해
글을 올려주신 것 같다 +_+
덕분에 내가 불행했다는 걸 알게 된 오늘이 되었다! ㅋㅋ
이러니 과제가 많아도 끙끙, 욕심을 욕심을 낸다.
날마다
불행한 줄도 몰랐던 불행에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려는 욕심이 내 욕심 :-D
즐겁게 가보자.
+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가는 마르케스와 보르헤스!
강의때 보르헤스를 다루기 때문에 몇 번이나
다시 정독하게 되는데,
정독할 때마다
탄복한다.
오늘은
혹시나 아직도 보르헤스를 읽지 못한,
그래서 너무나 불행하지만 자신이 결코 불행한 줄 모르고 살아가는
안타까운 페친들을 위해, 그의 짧은 엽편 소설
하나를 소개한다.
신이
얼마나
자비롭고 오묘한지를
간파한 소설이다.
이로써
어쩌면 정말로 맛있는 음식을
아직 못 먹어본 자신의 불행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불행보다도,
사람들과 함께 나누지 않고 혼자만 맛난 음식을 먹는 호사 때문에
나머지 모든 음식에서 실망감을 느끼는 벌을 받으며
살아가는 특권층의 우울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고 싶다.
ㅋㅋ
꿈을 꾸었던 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
아랍의 역사가 엘 이사끼는 이 사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신앙이 돈독한 사람들은(그러나 단지 알라만이 전지전능하고, 자비롭고, 잠을 자지 않는다) 다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카이로에 재물을 많이 가진 어떤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지나치게 성격이 괄괄하고 호탕해서 아버지가 물려준 집을 제외한 모든 재산을 날려버리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끼니를 때위기 위해 일을 해야 하는 자신을 보게 되었다. 어느 날 밤 그는 일에 지쳐 정원에 있는 무화과나무 아래에서 잠이 들게 되었다. 그는 한 남자가 입에서 금화 하나를 꺼내는 꿈을 꾸었다. 꿈 속의 남자가 그에게 말했다.
「당신의 행운은 페르시아의 이스파한에 있소. 그것을 찾으러 가도록 하시오」
다음날 새벽 잠에서 깨어난 그는 긴 여행의 길을 떠났다. 그는 사막, 바다, 해적들, 이교도들, 강, 맹수들, 그리고 사람들이 주는 위험들과 마주쳤다. 그는 마침내 이스파한에 도착했다. 그러나 그는 이 도시의 경계 지역에서 갑자기 밤을 맞게 되었고, 잠을 자려고 한 회교 사원의 뜰에 몸을 뉘었다. 그 회교 사원 옆에는 집이 한 채 있었고, 전능한 신의 섭리에 따라 도둑 한 무리가 회교 사원을 가로질러 그 집 안으로 침투해 들어갔다. 잠을 자고 있던 사람들은 도둑들의 난장질에 깨어났고, 비명을 지르며 도움을 청했다. 이웃 사람들 또한 고함을 질러댔다. 마침내 그 지역의 야간 순찰대 대장이 부하들을 데리고 그들을 구하러 달려왔고, 도둑들은 발코니를 통해 도망가 버렸다. 순찰대장은 사원을 샅샅이 수색하도록 지시했다. 그의 부하들은 거기에서 카이로에서 온 그 남자를 발견했다. 그들은 그를 대나무 막대기를 가지고 거의 시체가 될 정도로 두들겨 팼다.
이틀이 지나서야 그는 감방에서 의식을 회복했다. 대장이 그를 데려오도록 했고, 그리고 심문을 했다.
「넌 누구며 어느 나라에서 온 작자냐?」
죄수가 밝혔다.
「제 이름은 모하메드 엘 마그레비이고 카이로라는 그 유명한 도시에서 왔습니다」
대장이 그에게 물었다.
「여기에 온 연유가 무엇이냐?」
그는 진실을 말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말했다.
「꿈 속에서 한 남자가 이스파한에 가라고 시켰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제 행운이 있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스파한에 와 있고, 그가 약속한 그 행운이라는 게 바로 당신이 그토록 자비롭게 내게 내린 매질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얘기를 들은 대장은 박장대소를 했다. 그가 이렇게 말하면서 간신히 웃음을 멈췄다.
「경망스럽고 어리숙한 친구여. 나도 세 차례나 카이로 시에 있는 한 집의 꿈을 꾼 적이 있었지. 그 집에는 안쪽에 정원이 있고, 정원에는 해시계가 하나 있고, 해시계 뒤에는 무화과나무 한 그루가 있었지. 무화과나무 뒤에는 우물이 하나 있었지. 바로 그 우물 아래에 보물이 있었지. 그러나 나는 그런 허깨비에 대해 그 어떤 기대 같은 것을 하지 않았지. 그런데 당나귀가 악마와 교접하여 난 새끼 같은 너는 단지 꿈만 믿고 이 도시 저 도시를 헤매고 다닌 거야. 다시는 이스파한에서 얼씬거리지 말도록, 노자돈을 줄 테니 이것을 가지고 어서 꺼지도록 해」
그는 대장이 준 돈을 받아들고 자신의 나라로 돌아왔다. 자신의 정원 우물(대장이 꿈에서 보았던) 아래에서 그는 보물을 캐냈다. 이처럼 신은 그에게 축복을 내렸고, 그에게 보상을 받도록 했고, 그리고 그를 치하했다. 신은 자비롭고, 오묘한 존재이니라.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금 나를 대하는 모습이 전부 (0) | 2016.09.26 |
---|---|
한밤중의 방문객 (0) | 2016.09.24 |
불면증이 아니라 야행성 (0) | 2016.09.20 |
고양이 발걸음 전법을 썼어야 했다 (0) | 2016.09.19 |
다음에도 다음번이 있기를 (0) | 2016.09.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