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학교에서 점심 도시락 먹으면서 샘들이랑 얘기하다가, 불면증이 화제로 떠올랐다. "저도 불면증이 좀 있어요." 했더니, 은미샘이 "민경샘은 불면증이 아니라 그냥 야행성같은데?" 이 얘기에 빵 터졌다.
은미샘 말이 맞다 ㅋ 불면증이 아니라 야행성. 잠이 없는 것이 아니다. 잠이 올 때 머리 대고 누우면 너무너무 잘잔다. 몸이 깨어나고 졸음이 몰려와서 잠드는 생체리듬의 주기가, 다른 사람보다 세 시간쯤 뒤로 밀려난 그래프 모양이지 싶다. 한밤중부터 동트기 전까지의 명료함 대신, 해가 떠있는 시간에 하는 활동을 잘 하고 싶어서, 잠이 오지 않아도 시간맞춰서 자려고 열두시가 넘으면 자꾸 시계를 본다.
양파를 머리맡에 두면 잠이 잘 온다는 얘기, 대추가 잠 잘오는데 좋다는 얘기, 말린 대추로 대추고로 만들어서 먹으면 맛있는데 음식에 넣으면 고급진 맛이 난다는 이야기등등 수다수다. 한편 가방에서 녹용액을 꺼내서 마시면서 "홍삼액 녹용액 이런 것 좀 먹어줘야 학교 다니지, 힘들어서 그냥은 못다녀" 하는 샘까지 ㅋ-
다들 어찌어찌 저마다의 방법으로 버틸 수 있는 힘을 내가면서 산다. 나도 어찌어찌 나의 방법으로 버틸 수 있는 힘을 내가면서 살고 있다. 그냥 걷는게 좋아서 걷는 건데 밤에 잠도 잘오는 산책이 나의 힘. 자격'증' 같은 건 안나와도, 사람일 수 있는 격, 살아갈 수 있는 격을 만들고 증명해가는 공부가 나의 힘. 더 깊게 들어갈수록 크고 빛나는 보석을 캘 수 있는 일곱난장이의 다이아몬드 광산처럼, 말을 하면 할수록 구업을 짓는 느낌이 아니라 더 새롭고 반짝이는 생각과 말을 할 수 있도록 좋은 질문을 되돌려주는 벗과의 대화가 나의 힘 :-D
오늘도 일찍 자야지.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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