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오는 바람 맞으면서 노 젓는 것 처럼, 살랑살랑 바람 타고 살고 싶다. 너무 어렵고 힘들고 안좋아하는 일을 꾸역꾸역 하면서 사는 대신 내가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
허나 현실은. 너무 더워서 눈이 욱신거릴 지경에, 머리도 지끈지끈하고, 어디 오도가도 못하게 집안일은 쌓여 있고, 새벽에 생리를 시작해서 열나고 몸이 무겁다.
'그래도 해야지. 어떻게 하나. 해야지. 혼자 살면 모를까. 손댈 수 있는 난장판일 때 손을 대자.'
꾸물꾸물 움직이니 가슴속에서 천불이 올라온다. 안되겠다. 더있다가는 불붙은 성냥개비처럼 호르륵 타서 이자리에 서서 사라지겠다. 얼른 얼음 열개 넣은 냉커피를 만들어서 한대접 들이킨다.
결혼을 선택한 업이다. 애를 둘이나 낳은 업이다. 이 두 개의 업에서 자유로워질 때 까지 날마다 작은 기쁨을 찾아가면서 성실하게 몸으로 갚아나가야지, 한다. 어떻게든 이 자리가 새롭게 보일 수 있도록 마음 먹으려 애쓴다. 공부하고 나면 궤도를 잠깐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이 생활이 8년이 되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무능력한 몸으로 어느틈엔가 스르르 다시 돌아와 있음을 발견한다. 혹시, 내가 뭘 잘못한 걸까. 나는 지금 뭘 잘못하고 있는 걸까.
이 정도면 심각한거 아닌가. 인생의 낭비가 아닌가. 얼른 손털고 다른 길을 찾아야 하는거 아닌가. 어디 가지도 못하고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날마다 꾸역꾸역이다. 그래서 업은 업인가보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 업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8년을 망설이는 동안, 평행미래의 어딘가에서 마땅히 하고 있어야 할 일과 청년의 시간이 울면서, 기다려도 오지 않는 나를 여전히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시간이 흐르면 몸에 붙어서 괜찮을 줄 알았다. 내 자리를 낯설게 하는 공부를 하고 나서는 앞으로 쭉 괜찮을 것 같았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도 몸에 익지 않고, 공부효과도 시간의 한계가 있어서 당황스럽다. 그 다음은 어떻게 해야 하지.
+
빨래를 널면서 역시, 공부를 계속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이라도 궤도를 벗어날 힘이 생긴다면, 잠깐 벗어나기를 자꾸 되풀이 하면서 살면 되겠다.
고병권샘도 그랬다. 마음의 아픈 부분이 왜 아픈지 자꾸 알아내려려고 하다 보면, 아픈 부분을 공부하다 보면, 안아파진다고. 그래서 공부한다고.
이만교샘도 "우리가 가야 할 유일한 길은 더 열심히 공부하는 것뿐입니다. 케이티 왈, '탐구하면, 사랑은 저절로 나타납니다.' 다시 말해, 공부 없이는 결코 진실한 사랑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공부합시다!" 했다. 누군가 알아주고 사랑해주기를 기다린 꿈은 결혼생활을 하면서 닿지 않아서 아름다운 환상으로 곱게 끝났다. 내가 잘 사랑하는 사람이 되는 건 할 수 있겠다. 내가 내 삶을 진실하게 사랑하기 위해서 공부를 해야겠다.
역시 나는 기-승-전-공부.
어디에서 시작해도 공부로 가는
어디에 있더라도 공부하고 싶은
어디에서도 공부를 보는
기승전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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