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9시가 가까운 시간. 온 몸을 씻고 나왔다. 한결이가 얼른 달려와서 내 엉덩이를 찰싹찰싹 때려본다. 찰싹찰싹, 작아도 땡초같이 힘껏 매운 손길 따라, 엉덩이도 아야아야 찰랑찰랑 흔들린다.
“엄마, 안되겠는데! 이대로 산책하러 가면은, 산에서 호랑이랑 사자가 내려와서 ‘어디 한 입만 먹어보자! 이쪽 한 번, 저쪽 한 번, 깨물어 먹어보자!’ 하겠어.”
“왜? 맛있게 생겼어?”
“응. 너무 토실토실해. 엉덩이가 뚱뚱해서 큰일이야. 안되겠는데... 살 좀 빼야겠어.”
푸하하 웃으려고 보니, 한결이 얼굴에 웃음기가 전혀 없다.
우리 집 마당은 밤에 멧돼지가 눈을 ‘번쩍번쩍’ 하면서 ‘왔다갔다’ 하고, 장끼랑 까투리가 ‘푸다닥’ 날아다니고, 고라니가 똥을 한 바가지 싸놓고 가는 곳이다. 이런 밤에 엉덩이에 살이 토실토실한 엄마가 산책하러 나간다니, 한결이가 걱정할 만도 하다. 나도 참 용감하네. 어서 맛이 하나도 없게 생긴 근육질의 엉덩이를 만들어서 한결이를 안심시켜야겠다.
“알겠어! 엄마, 열심히 산책하고 올게! 걱정 마!”
“그런데 엄마, 나도 요새 살이 좀 쪘어.”
하면서 웃옷을 스윽 걷어 올려서 옆구리를 만지작만지작한다.
“나도 엄마랑 같이 운동하러 가야겠는데...”
“나도 나도! 타이 마이 쪄떠.(살이 많이 쪘어.) 나도 가이예(갈래).”
온유도 슬쩍 낀다. 저도 웃옷을 스윽 들어 올리고 배를 쑤욱 내민다.
“뭐라고 요놈들!”
흥, 같이 산책가고 싶은 마음은 알지만, 안될 말이다. 엄마는 퇴근이다, 아하하! 해가 떠있는 내내, 지금까지 있는 힘껏 부지런하고 야무지게 엄마일 했다. 지금부터는 밤산책 하고, 혼자 읽고 쓰고 공부하는 시간이란다.
“아빠랑 코 자. 엄마 갔다온다!”
문을 열고 집 밖에 나왔다. ‘어둠’님이 기다렸다는 듯이 와르르 달려들어, 손목이 아니고 눈목을 덥석 잡아챈다. 눈앞이 캄캄하다. 영화관에서 눈앞이 캄캄해지면 영화 시작, 집을 나서서 눈앞이 캄캄해지면 내 하루의 두 번째 삶을 시작하는 신호다!
두근두근.
식구들 다 잘 동안 팔다리 쭉쭉 뻗어 마음껏 마을길을 헤매면서, ‘어둠’님, ‘바람’님, ‘밤하늘’님, ‘별’님과 데이트다!
+
차광주 선생님이 매끄럽게 다듬어주시고, 느티나무 통신에 올려주셨다.
다듬은 글로 원본을 덮는다!
http://www.gsnews.or.kr/news/view.html?section=130&category=134&no=3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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