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가 초콜렛 꺼낼려 했는데, 아빠가 꺼냈어. 엉엉엉엉"

온유가 울면서, 누워있는 내 품을 파고든다.

 

"응? 아빠가 꺼냈어? 아이고 이놈의 아빠! 그랬구나. 한숨 더 자자."

나는 꿈인지 생신지 가물가물한 채로 눈을 감고서, 온유의 다리를 접고 궁뎅이를 둥글게 말아서 옆으로 팔베개 해서 눕히고 꼬옥 끌어안는다. 둥글둥글 따뜻따뜻 폭신폭신하고 애기냄새 폴폴나는 온유 쿠션이다. 다시 잠이 스르르...

 

온유는 내 팔을 베고 누워서 5초 동안 흐윽 흐윽 하다가 울음을 그치고, 5초동안 조용하다. 기분이 다 풀렸다. 꿈틀꿈틀, 내 팔을 홱 걷어내고 발딱 일어나서 다시 거실로 나간다. 요놈 강아지, 엄마 품에 머무르는건 너무 순간이구나야. 다시 잠이 스르르...

 

"남편- 지금 몇시야?"

"일곱시도 안됐어."

 

오늘은 어린이집에서 계곡으로 긴 나들이 가는 날. 어제 일찍 오라는 얘기를 듣고, 한결이랑 온유 둘 다 날이 밝자마자 새벽같이 일어났다. 어린이집에 빨리 가고 싶어서다.

 

일찍 일어나서 출출했나보다. 의자를 놓고 올라가 냉장고를 열어서 초콜렛을 꺼내먹으려고 했는데, 아빠가 고만 꺼내줘버려서 이 사단이 난 것이다. 초콜렛 꺼내고 얼마나 으쓱으쓱, 스스로의 능력에 감탄을 하는데, 아빠는 그것도 모르고 대신 해줘버렸다. 원망을 들을 만 하다.

 

"아직 어린이집 갈 시간 안됐어. 어린이들~ 한숨 더 자자."

"그럼 할머니집에 갈래!" "갈래!" 하고 외치는 어린이들.

"내가 나가면서 데려갈께." 하는 남편.

"아니야....애들 그냥 놀라고 해....." 하면서 나는 다시 잠이 스르르...

 

잠시 후에 눈을 떠보니 집이 조용하고 평화롭다. 난동곰들이 없다. 남편이 나가면서 아마 할머니집에 데려다줬겠다. 할머니랑 아침먹고 어린이집 가겠지. 가방에 어제 물놀이하고 젖은 옷 그대로 들어있는데. 수첩도 안썼는데. 갈아입을 새 옷도 안넣었는데. 남편은 가방 열어보지도 않고 그대로 들고갔을테지. 나눠먹을 간식 싸오라고 했는데, 빈손으로 갔구나.

 

 

아, 에라 모르겠다.

벌써 나가고 없다. 덕분에 아침잠 달달하게 잘잤다.

 

 

+

 

 

어린이집 마치는 시간에 데리러 갔더니 두둥.

곱슬곱슬한 온유의 베토벤 머리카락. 손가락을 넣어 스륵스륵 넘기면서, 쓰다듬 쓰다듬 애정하기 딱 좋았던 살짝 긴 머리가. 머리통에 딱 붙을 정도로 엄청 짧아져 있다 ㅠㅠ

 

"온유야! 머리 누가 잘라줬어?"

"할머니!"

 

"할머니가 사각 사각 잘라줬어?"

"아니. 탁! 탁! 잘랐어."

 

한손을 도끼날처럼 쫙 펴고, 아래로 탁 탁 내려치는 시늉을 한다.

할머니는 어떻게 머리를 탁 탁 자른걸까;;;;

 

역시 한치의 예측을 벗어나지 않고 아침에 할머니집에 갔구나.

 

+

 

여하튼 오늘 아침은, 날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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