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개굴개굴" 하고 있었구나. 마법사가 나타나서 무엇이든 들어주겠다고 소원을 말하라고 해도 "개굴개굴" 했겠다. '공주 왕자로 돌아가고 싶다!'고 간절히 생각하면서 막상 입을 열고는 "개굴개굴" 하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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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겪고 있는 일이 그저 개구리의 하루하루가 아니라, 다른 차원의 세계로 뛰어오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이, 글쓰기에 있다. 경험을 재배치, 재구성해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새롭게 엮어낼 수 있다. 사건이 있고 언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나를 통해 나오는 말이 사건을 새로운 모습으로 만들어낸다. 말이 행동이다. 가장 강력한 행동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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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내 아이에게 개구리 말을 하고 있나?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혹시 뻔한 말을 하고 있나?' 그 다음부터 한마디 한마디가 신경이 쓰인다. '훗날 자서전을 쓴다면 지금 순간을 이렇게 써서 남기고 싶다' 하는 마음으로 말한다. 생각의 방향을 가지치기하고 쓰고 싶은 표현을 고르고 골라 글을 쓰는 것처럼, 말도 그렇게 하려고 의식한다. 감정을 고르고 생각을 고르고 말을 골라서, 한결이 온유한테, 남편한테, 벗님들한테, 뻔하지 않은 말을 건네려고, 마주치는 순간 애쓴다.
'결혼생활을, 그저 내가 소모되는 생활이라고, 누가 생각해도 뻔한 식으로 여기고 있었던 건 아닌가? 혹시 남편을 시골 아저씨 중의 하나인 뻔한 사람으로 대하고 있었던 건, 사실은 내가 아닌가? 뻔한 말이 오가는 속에 있어도, 내가 그 경험을 다르게 받아들이고 다른 말을 던져볼 수도 있지 않나?'
별별 물음이 다 생겨난다. 나를 의심한다. 나는 개구리였다. 이대로 개굴개굴 하다가, 영원히 개구리로 살 수도 있는 개구리 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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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간 많이 들이기 싫던 집안일이, 어디서 누구와 살아도 즐겁게 잘 살 수 있는 몸을 만드는 훈련으로 슬쩍 달라진다. 기꺼히 한다! 더 잘할 수 있다! 입을 꾹 닫고 먼저 말 걸지 않는 남편과 마주하는 시간이, 내가 소소한 넉살을 귀엽게 떨어서 웃기는 장면으로 슬쩍 달라진다. 나 원래 경상도 남자가 훅 가는 애교 설레발이야! 하나 둘, 눈 뜨면 마주치는 뻔한 상황에서 뻔하지 않은 길을 시도해보면서, 정말로 조금씩 내가 바뀌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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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게는 실제 사건이 어떻게 일어나든지 간에, 그 사건의 의미와 성격을 규정할 수 있는 세 번의 선택권이 있다. 세가지 층위가 있다. 어떤 사건도 나에게 직접 적용하지 못한다. 관심의 초점을 어디에 두는지, 문제를 어떻게 설정하는지, 어떻게 언어로 표현해 내는지. 거기에 따라서, 사건의 실제 의미가 드러난다. 나와 대상이 동시에 탄생한다. 세 층위로 대상을 재창조 하고 나면, 세계가 다르게 보인다.
- 쓰기, 읽기, 듣기, 말하기 전체를 관계하는 "언어"가 있다. 언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결정된다. 언어는 내면에서 튀어나오는 것이라, 사유를 결정한다. 의식 뿐 아니라 무의식까지도 결정한다. 그래서 소설, 시만 생각하고 공부하는 것은 범위가 너무 적다. 결과를 놓고 협소하게 따진다. 글쓰기를 공부할 때 누리는 변화와 즐거움 자체는 아주 근원적인 것인데, 이것을 놓치게 된다. 그래서, "언어"부터 공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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