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남편은 하지감자 캘 준비하다 집에 들어왔다. 얼마나 많이 피웠는지 농축에센스가 된 담배냄새가 난다. 대자로 벌렁 드러눕는다. 내가 책읽다가 훌쩍훌쩍 울고 있는 걸 보고는 묻는다.

"니는 책 읽는게 좋나?
울고 나면 시원하나?
니는 뭘 하고 싶나?"

"어 좋다.
울어도 안시원하다.
혼자 살고싶다."

"니도 그렇구나. 내도 그렇다.
내가 한 3년 나갔다 올까? 온유 초등학교 들어가면 내가 들어오고 니가 나가면 되지."

"안된다. 그냥 아홉시에 자기가 애들 재워주면 지금도 괜찮다. 요 한 이틀 자기가 저녁에 일있어서 내가 공부도 못하고 산책도 못한게 쌓여서 그런가봐. 오늘 푸코 강의도 못들으러 가고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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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있던 소설은 2008년 이상문학상 작품집 박민규 작가의 "낮잠"이다. 괴산도서관에서 빌린 책 오늘 반납하려고 챙기다가 이 책 저 책 펴보다 그랬다.

괴산도서관에서 이만교 작가 소설 "머꼬네 집에 놀러올래?","나쁜 여자, 착한 남자", "아이들은 웃음을 참지 못한다"를 빌려서 다 읽었다. 전에 노신영을 빌려줬던 2005년 이상문학상 작품집에 박민규 작가 "갑을고시원" 말고도 이만교 작가 "표정 관리 주식회사"도 있다는 걸 뒤늦게 발견하고, 지난 주말에 김포 간 김에 되찾아서, 이제는 춘천이 아닌 홍제역에 사는 나래를 만나러 가는 길 위에서 다 읽었다.

같은 책인데. 내가 읽어나가는 만큼 새 세상을 만나고 새 길이 난다. 다시 읽으면 다시 읽는 대로 새롭다. 신기하다. 10년 넘게 지난 이야기가 오늘 이야기 같고 내 이야기 같다. 전에는 '그렇구나' 했는데 다시 보면 눈물이 퐁퐁 난다. 전에는 펑펑 울면서 봤는데 다시보니 아련하기도 하고. 작가도 궁금하고 지금도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겠지 하고 작가의 삶도 궁금하다. 그래서 집에 있는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이리저리 들춰보다가 그랬다.

나는 뭘 하고 싶지?
남편 말마따나 고민이다.
사띠 명상을 해봐야겠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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