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이 삶으로 돌아오지 않아.'

매일 하루에도 몇 번씩
학을 띠고, 학을 띠고, 학을 띤다.
내가 고른 길이 내가 살 수 있는 길이란 걸
학을 띠고, 학을 띠고, 학을 띠면서
확인한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힘이 난다.
견딜 수 없던 것도 묵묵히 견딜 수 있다.
속으로는 학을 띠고, 학을 띠고, 학을 띠어도
그날 그날 순간 순간 감당할 일은 다 한다.

'얼마 안남았다. 곧 달라진다.'

보통의 날과 다를 것 없는 하루하루 속에서
끓는점에 다다를 때를 조용히 기다린다.

언니들 말마따나 얻는 것은 보잘 것 없고, 잃는 것은 너무 소중하고 많은 것이어서, 이 결정을 평생 후회할지도 모르겠다. 막상 홀가분해지면 정말로 아이들 생각에 잠을 잘 수 없을지도 모르지. 장담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고, 정해진 것도 하나도 없다.

그래도 한가지 위안은, 영원처럼 되풀이 해왔고, 앞으로도 영원히 되풀이 될 것 같은, 변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 이 관계와 이 세계를, 곧 벗어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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