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 생각하면 괜찮고
안 괜찮다 생각하면 괜찮지 않아서
마침 반납대에 누가 반납하고 간
<솔직함의 적정선>을 몇 장 넘겨보다 빌려왔다.

안전한 말을 고르다가
더 안전하게 입을 닫고
단 몇 마디 만으로 마음이 무거워지는 관계에서
다치지 않을 수 있는 거리를 유지하거나
알게 모르게 뒷걸음질로 도망갈 수 있는 방법도 필요하고

마음이 놓이는 관계,
내가 막대기가 되지 않게 마음 써주는 사람이
너무 귀하고 소중해서
겁게 친밀해질 수 있게
속도와 깊이의 적정선을 찾는 것도 필요하다.

+

40살 넘어도 매번 조심조심이야.
상대와 나를 살피고 계속 배워야
간신히 마음에 닿을 수 있을까 말까 하다.

부담스러울까봐 질척일까봐
그게 싫다고 등돌릴까봐
누군가 가까워지고 싶을수록
환경을 정리정돈하고 일과에 충실하려 애쓴다.

꾸역꾸역 그러다 보면 신기하고 놀랍게도,
정말로 산뜻한 사람으로 재부팅된다.

어떤 감정이 오더라도
일하고 밥차려먹고 청소하고 책읽고
일기쓰고 걷고 차마시고 목욕하다보면
어찌어찌 휩쓸리지 않고 마중할 수 있는 것 같다.

관계는 매번 새롭고 어렵고 조심조심해도
생각과 감정은 더 나은 방향으로 가도록
전보다 더 수월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된 것이
불혹 즈음에 맞춰 진화한 생활기술이다 :-D

+

나는 잘 만나기 위해 적정선을 연구하더라도
나한테 중요한 사람의 이야기는
적정선이 아니라 한계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포근한 사람이 되어버리겠다.

그러다보면
내 장단을 듣고 같이 신나서 들썩이는 누군가가
잠시 옆에 머물러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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