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멍울이 맺혀 있던 그 자리에 모호한 미련들이 뒤이어 자리잡기 시작했다. 눈도 없고 코도 없는 그 멍청스러운 미련이란 결국 내가 잃어버린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생각, 아무것도 끝나지도 시작되지도 않았으며, 모든 것을 잊고 다시 시작한다기보다는 지금 이대로의 상태로라도 언제까지고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는 불분명한 용기였다.


- 한강, 단편집 <여수의 사랑> 어둠의 사육제 中,  p.126.




1995년 초판 1쇄된 단편소설집이다. 20년 전에 당시 20대의 한강 작가가 쓴 20대의 삶을 엿볼 수 있는데. 그때는 그랬구나, 하는 옛날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기분.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