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글자를 아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슬픔이 몰려올 땐 사방을 둘러보아도 막막하기만 하다. 땅을 뚫고 들어가고만 싶을 뿐 한치도 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이럴 때 내게 두 눈이 있어 글자를 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손에 한 권의 책을 들고 찬찬히 읽다 보면 마음이 조금 가라앉는다. 내 눈이 다섯 가지 색깔만 구분할 뿐 글자에는 캄캄했다면, 마음을 어떻게 다스렸을지. _ [이목구심서] 2, [청장관전서] 48권

 

- 낭송 18세기 소품문, 북드라망, 2015

 

 

지난 12월에 청주 해인네 학술제에 한결이 데리고 놀러갔다. 한결이는 역시나 이리저리 몸을 뒤틀고 바닥에 누웠다 기었다 방에 들어갔다 나왔다 했지만, 그래도 가자고는 안하고 거기서 만난 형아 누나들이랑 금세 친해져서 놀았다.

 

그러다 해인네 초등학생들의 낭송시간. 주위에 한결이처럼 행사를 못견디겠는 아이들이 내는 소리가 갑자기 안들리고 이 요 구절을 재잘재잘 낭송하는 소리만 들어오는데 헉, 눈물이 쏟아질 뻔 했다. 의외의 곳에서 의외의 위로를 받았다. 지금도 키보드를 토닥이면서 헉, 글썽이다가, 몇장 넘기면서 읽다 보니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다. 

 

"이덕무 선생님, 저한테도 통하네요.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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