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지막 솔뫼농장 월례회의 마치고, 도란도란 이야기 나눈 뒷풀이 마치고, 낮에 마지막 사주명리학 강의를 마치고 난 도서관 정리하고, 한살림에서 장본거랑 노트북이랑 카메라랑 당근케이크 만들어간 그릇이랑 계란한판이랑 해서 한보따리씩 등짐을 지고 손에 들고 집에 걸어왔다. 흙웅덩이에 고인 물을 얼어붙게 할 정도로 차가운 바람이 목도리 사이로 파고들어 맨살을 찾아내는 것이, 마치 어떤 자세로 누워있어도 고사리손으로 파고들어서 찌찌를 찾아내는 온유 손 같았다 ㅋ 집에 도착하니 밤 열한시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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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들어오는 소리를 듣고 애들이 일어났다. 방문을 열고 슬그머니 나온다. 졸린 눈을 비비면서 양 팔을 들고 안아주러 비척비척 걸어온다. 아빠한테 혼날 걸 피해가는 말도 잊지 않는다.

 

"나 쉬마려워서 나온거야."

 

"그랬구나, 쉬마려웠구나! 한결아, 엄마 핸드폰 배터리가 다 나가서 불이 안켜지는거야. 그래서 엄청 깜깜해서 앞이 안보이는데 조심조심 올라왔어. 오다가 멧돼지 나올까봐 좀 무서웠는데, 조금 있으니까 별이 환하게 빛나는거야. 별빛에 길이 잘 보여서 무사히 집에 왔어."

 

"엄마 내가 멧돼지가 안무서워지는 방법 알려줄까? (소근소근) 멧돼지가 세상에 없다고 생각하면 돼. 그럼 하나도 안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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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유는 입을 쭉 내밀고 뽀뽀 쪽, 하이파이브 한번, 목을 꼭 끌어안아주기 한번, 엄마 목 아래로 쑥 손 넣어서 찌찌 만지기 한번. 이렇게 애정표현 한세트를 마치고 헤헤 웃으면서 자러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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