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은 월세 30도 드물구나. 살만한 집은 보증금도 있지만 월세만 40-50이다. 청년들은 무슨 일을 하면서 꼬박꼬박 월세를 내면서 살까. 공부하러 서울에 간다고 하면, 월세를 감당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제대로 공부는 할 수 있을까? 다시 도시에서, 내 의식주를 내가 책임지는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고 싶은 일과 잘하는 일을 할 수 있기는 커녕, 내게 주어지는 일은 있을까? 집값을 보면서 움찔한다.
집만 놓고 보면 서울에서는 사는 건 두렵다. 손가락 사이로 모래처럼 빠져나가는 월세와 동시에 몸에는 피로가 마음은 허무가 역습해올지도 모른다. 없는 사람이 살기 더 힘든 구조의 문제다. 구조의 문제를 떠안고서, 청년은 할 수 있는 만큼씩 하루하루 애쓰면서 살아가겠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뭘까. 서울에서 피로와 허무 양쪽의 공격을 받아낼 작정을 하고 대안을 찾고 다른 즐거움을 발견하면서 견뎌보던가, 다른 사람과 같이 살든가, 수도권을 벗어나든가.
다시 도시생활을 한다면.
교통이 좀 불편한 곳이어도 괜찮다. 불편한 만큼 평소에 많이 걸어다닐 수 있는 건 괜찮다. 욕심을 하나 낸다면, 도서관에 걸어갈 수 있는 곳에 살고 싶다. 책이 잘 갖춰져서 찾는 책이 다 있고, 인문학 강좌가 다채롭게 열리고, 야간에도 서가를 개방하는 도서관이면 좋겠다. 또 숲산책길이 길게길게 있는 동네면 좋겠다. 일과 도서관과 산책길. 그럼 된다. 지금이랑 별 차이가 없네;;
열심히 일하고 돌아와서, 공부하고, 산책하고, 도서관에 가고, 가끔 친구를 만나고, 피아노를 치고, 기타를 치고, 여행 가고, 책 읽고 일기 쓰고 잠드는 생활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것도 크게 보면 지금이랑 별 차이가 없다;;
지금이랑 차이가 있다면, 하는 일이겠다. 매일 매일 하고 있지만 내가 쓸 수 있는 화폐가 돌아오지 않고, 심지어는 일 하지 않고 놀고 있으니 간신히 밥만 먹고 사는 것도 고마운 줄 알아야 한다는 취급을 받는 가사육아노동 대신, 내 생활에 필요한 화폐를 내가 마련하는 노동을 하게 되겠지. 어째서 아이를 길러내고 가족이 함께 있는 공간을 가꾸고 하루치 생명을 살리는 먹거리를 날마다 만드는 일이, 이 결혼 안에서는 돈을 버는 일보다 중요하지 않고 하찮은 취급을 받게 되었을까. 아마 남편도 내가 자기가 하는 일이 중요하고 힘들다는 걸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다른 방향으로 거칠게 표현해서 이렇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저 내 일을 하면서 내 밥벌이를 하고 싶다. 결혼 전에 늘 그렇게 내 삶을 꾸려왔던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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