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다녀왔다!

 

 

바다 이야기를 쓰고 났더니 속초 가고 싶어서 울렁울렁하다.

 

'어쩔까 어쩔까'

 

집은 폭탄이고 해야할 일이 주렁주렁이고 애 둘 데리고 가는 고생길이 쫙 그려진다.

괴산읍에 나가서, 동서울에 간다음, 동서울에서 속초로 차를 세 번 갈아타야 한다.

 

'하, 어쩔까 어쩔까'

 

말로만 보고 싶다고 하면 그게 보고 싶은 건가,

진짜 갈 마음을 먹으면 가는 거 아니겠어.

 

 

 

엄마한테 "속초 갈까?" 전화했더니

"아무것도 짐 챙기지 말고 애들 옷만 입혀서 그냥 나와라. 내가 당해봐서 너를 안다."

 

우리 엄마가 역시 나를 잘 안다. 간다고 뭘 준비하기 시작하면 못간다. 

다녀왔을 때도 여전히 너무 어질러진 상태면 울고싶어질 테니까, 다녀와서 쉴 수 있게만 치우고 가자! 그러다 보니 읍내 나가는 3:40분 버스 시간이 다 되었다. 

 

칫솔과 지갑만 가방에 넣어 어깨에 메고, 양 손에 애기 하나씩 손잡고 출발!

옷 갈아입을 시간도 없다. 그냥 설겆이하다 물 튄 옷 그대로에다 털고무장화 신고 잠바만 걸쳤다.

 

옛 연인이 우연히 나를 터미널에서 만나면 마음아파서 울겠다;; 싶을 정도로

억척스러운 생활인의 행색 ㅋㅎ

 

 

이거 놓치면 오늘 속초 못간다 싶어서

"놓치면 안돼! 우리 오늘 꼭 속초가자! 하하하~" 웃으며 언덕을 마구 뛰어내려갔다.

서두르느라 애들은 질질 끌려오다시피 ㅋ

 

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단 한번뿐인 일을 즐겨야지.

시작부터 여행이야. 설레서, 숨쉬는 폐가 두 배로 커진 것 같다.

오늘의 용기를 내도록 등짝을 발로 퍽 차준 열하일기에 공을 돌린다!

 

출발 >_</

 

 

 

 

 

마을 버스 기다리는 중.

온유 브이~

 

 

모자도 장갑도 목도리도 싹 생략했다. 덥다고 벗으면 짐이 되어서 -_-;;

한결이는 춥다고 모자를 꼭꼭.

 

 

얼굴넙적 귀요미 온유.

이젠 제법 철이 들어서, 자기 몸은 자기가 챙기는 기특한 한결 까불이.

 

 

마을버스 탔다.

우리 말고는 덕평쪽에서 술에 얼큰하게 취한 할아버지 한 분이 오늘 손님의 전부.

굽이굽이 돌아돌아 괴산터미널로 고고.

 

 

 

+ 괴산 터미널.

 

한결이가 "엄마! 내가 차표 사줄께!"

 

가방에 소중히 넣어 둔 천원을 표창구에 올려놓는다.

전날 만난 하모니(할머니) 선생님이 과자 사먹으라고 주신 돈이다.

 

"저, 천원하구요, 나머지는 카드로 계산해주세요."

"그렇게는 안됩니다. 할거면 전액 카드로 해야돼요."

 

한결이의 야심찬 계획이 ㅠㅠ

잘 이야기해서, 털털하게 마음을 풀고 천원을 도로 가방에 넣고, 랄랄라 버스를 탔다.

 

 

 

+ 동서울 가는 길

 

창밖에 하얀 비닐로 커다랗게 말아놓은 덩어리가 보인다.

 

"온유야! 저거 공룡알이다?"

"엄마! 무~서운 공룡이 나오면 내가 칼로 혼내줄께. 나만 믿어!"

 

나만 믿으라니 ㅠㅠ 순간 뭉클했다. 아이고 든든해라.

언제 이런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지?

너네 아빠도 한번도 안해준 말을 우리 온유가 해주는구나.

 

"엄마, 저 안에는 볏짚이 들어있어. 공룡알이 아니야.

공룡은 옛날에 화산이 쾅 폭발해서 다 죽었다고 우리집에 있는 책에 써 있잖아."

"맞아맞아! 한결아 근데 온유는 아직 모르니까 장난 하는거야. (윙크 윙크)"

 

일곱살, 웬만해서는 속이기 어렵다..

 

 

 

+ 속초 가는 길

 

동서울 터미널까지 무사히 조용히 잘 타고 와준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상으로 내렸다. 애들이 그림 보고 직접 골랐다 ㅋ

한결이는 바닐라, 온유는 우유, 엄마는 이름도 세련된 뉴욕치즈케이크. 호호-

 

우리 촌놈들 신나게 덤벼들어 몇 숟갈 퍼먹다가, 둘 다 안먹겠단다.

이상한 냄새가 나서 배가 아프다고.

내가 먹어봐도 안먹다 먹으니까 합성향이 확 나서 속이 울렁울렁.

 

 

 

...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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