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졌다.
울퉁불퉁한데서 구두굽이 걸려 넘어졌는데
밝은데서 보니 생각보다 많이 까졌네.
평소에 잘 다치지 않는데, 피를 보고 좀 놀랐다.

손 아픈 것보다
넘어진 게 부끄럽다.

넘어진 것보다
넘어진 것에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른 것이
부끄럽다.

아프고, 부끄럽다.
아픈게 큰지 부끄러운게 큰지 구분하기가 어렵다.

+

휴지로 대략 감고 일단 잤다.

+

하샘이 경호샘한테 얻은 밴드를 가져다주고
나의 천사 나의 나이팅게일 미연샘이
마데카솔 발라주고 상처 하나마다 밴드를 붙여줬다.

고마워서 눈물이 퐁퐁 날 뻔했다.
손은 엉망인데
밴드가 야무지게 붙여진 모양이 고마워서
아침 저녁으로 글썽했다.

+

샘들이 술먹고 넘어진 거라고 놀렸다;;

+

사실은 알고 있다. 내 잘못인 걸. 내 탓이야.
그 길은 평소에도
밤에 땅에서 솟아나온 구조물이 잘 안 보여서
보도블럭쪽으로 돌아서 다니는 길이었는데
바로 거기 걸려 넘어졌다.

이미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이니
어제의 일은 어제에 두고
다음엔, 다신, 이렇게 술을 먹지 말도록 하자 ㅠ_ㅠ

​“안 괜찮으면 어쩔거야.
이미 일어난걸.”
_김금희,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

10월 말엔 유리를 밟고
11월 말엔 손을 까서 수영을 못하네.
얼른 나아서 수영 배우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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