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후라이팬에 잡채를 데우고 남편은 밀린 설거지를 하면서 얘기했다.
"있지, 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보는데, 강원도 사투리를 들으니까 가슴이 막 저미는거야. 내 마음의 뿌리는 강원도에 박혀있나봐. 나중에 언젠가는 강원도 말소리를 들으면서 살고 싶어.
도시에서 탈출해서 시골에 돌아오는 건 성공했는데, 강원도로 돌아가는 건 성공 못했네. 지금은 여기에 살지만 나중에 더 나이들면 강원도에서 살고 싶어."
남편은 피식 웃더니
"그래 잘 생각했다! 나중에 갈 것까지 뭐 있노! 니가 바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갈 수 있다. 당장 장모님한테 전화하고 속초가서 살아라. 하고싶은 공부 하고.
애들은 걱정하지 말고. 어린이집이랑 할머니랑 나랑 키우면 된다. 엄마아빠도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잘 얘기하면 된다.
내가 너같으면 다 놔두고 얼른 가겠다. 그렇게 하고 싶은게 많은데 어찌 이러고 힘들게 사노."
그렇네. 결국 내 마음이다.
원하는 대로 살아도 되고, 지금은 여기 있기로 선택한 거다.
마음을 꿰뚫어보는 남편의 맞장구에 크게 웃고, 냠냠 밥을 먹었다.
지금도 어디든 갈 수 있지
2014. 12. 28. 1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