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마음의 방황을 다잡는 방책으로, 꼭 산책을 나가리라 결심하고 잠들어서 아침에 눈떴다.

아침밥을 먹고 나서 겨우 9시 반인데 나는 또 애들 등쌀에 거의 탈진이다 ㅠㅠ 녹용액 다먹은지도 한참, 요가 안한지도 한참 되어서 그런가? 체력이 심하게 딸린다. 길게 계획 세워서 체력을 길러야 하나.
여튼 얼른 옷만 입혀서 바로 집을 나왔다.


어부바 해달라고 칭얼거리는 온유를 엄마대신 업어주는 흑기사 한결. 13키로짜리 온유를 업고 제법 여러걸음을 걷는다. 나의 애기 1호 난동곰돌이는 멋있고 늠름한 형아가 되었다 ㅠㅠ


밖에 나오니 어찌나 쏜살같이 내빼는지, 벌써 저 앞이다. 가물가물~ 보이지도 않는다.


이 징검다리만 건너면 둥둥이 형아네 집. 한결이는 종종 징검다리를 건너 혼자서 둥둥이네 집에 놀러가기도 한다.
그런데, 물이 많아서 징검다리가 물 속에 잠겨있다! 실망하고 돌아서서 올라온다.
"더 앞으로 가서 다리를 찾아보자!" 하고 뚝방길 따라 앞으로 앞으로.


논둑길 점프!
온유는 깔깔 웃느라고 못뛰고 뒤늦게 폴딱 ㅋ
박살난 DSLR이 아쉽다. 점프샷 촬영이 내 특긴데 크으-


나란히 한줄로 흙길을 간다. 엄청 잘 걷는다.
하루종일 차타고 멀리 갈 일이 없어서 좋다. 아이들이 활개를 친다. '차조심, 사람조심, 쉿 조용히, 뛰지 말고, 만지지 말고-' 하는 온갖 조심조심 할 일이 도시보다 적고, 자연속에서 웃고 떠들고 뛰고 만지고 들쑤시면서 살고 있어서 좋다.


한참 앞으로 가다가, 건널 수 있는 보를 발견!
담에 모래놀이하러 와야겠다.
고운 모래가 쌓여있네.
여기 건너서 조금만 걸으면 둥둥이네집.


보 옆으로 미끄럼틀도 타본다 ㅋ


개울을 건너자마자 온유는 주먹을 꼭 쥐고 멈춰섰다. "어부바!" 업어달라고 보챈다. 걸어가자고 달래도 꿈쩍않아서 내버려두고 걸어갔다.
네살짜리와 서른 여섯살짜리의 고집 대 격돌!

사진은, 보다 못한 한결이가 "엄마, 내가 가서 온유 데려올께!" 하고 온유를 데리러 가서 달래는 장면.

결국 중재는 실패. 온유를 누가 말리누. 우리집은 온 가족이 한 고집하는데, 그 중에서 한결이가 제일 부드럽다. 한결이는 우리 가족의 기대주!


삐진 온유를 기다리면서 잠시 레고놀이.


나랑 한결이가 멀어져서 안보이니까,
온유가 그제야 엉엉 울면서 걸어온다.
내가 보이니까 거기서 멈췄다.
엄마가 어부바를 안해줘서 얼마나 서러웠는지, 바지에 안하던 쉬를 다 했다.


이 때 마침 선유랑 둥둥이랑 같이 놀자고 최교아저씨가 전화했다! 살았다 살았어. 우리 있는 곳까지 데리러 와서, 차를 타고 다같이 우리집에 갔다.

차를 기다리면서 나는 "아이고 팔이야~" 하면서 온유를 업어줬다. 한결이는 "엄마 팔 아프지? 이따 내가 주물러줄께-" 한다. 그리고 둘레둘레 살펴보더니, 바로 길 옆 농수로 관에 영차 올라가서, 온유를 업은 내 팔이랑 어깨를 조물조물 해주고는 "어때? 시원하지?" 한다. 아이고 내새끼 ㅠㅠ 일곱살에 철이 들었네 ㅠㅠ

양파랑 새송이버섯을 듬뿍 볶아 넣고, 꼬불꼬불한 푸실리를 삶아서, 토마토 파스타를 만들어 점심먹었다. "맛있다 맛있다" 하면서 뚝딱 뚝딱 한그릇씩 다 먹었다. 선유도 둥둥이도 잘먹었고, 온유랑 한결이는 물 한모금 못마시고 엄청 걸어서 배고팠는지 그야말로 폭풍흡입 ㅋ

밥먹고 온유는 두시에 잠들어서 다섯시 넘어서까지 낮잠을 잤다. 나도 소로로 같이 잠이 들었다;;;

역시 산책이 진리다. 활력이 솟누나.
날도 풀렸겠다, 이젠 매주 주말에 산책나간닷.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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