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한켠에서 보름 나물이랑 오곡밥을 파는 걸 보고 눈물날 뻔 했다. 나물을 보니 보름이구나, 한다. 올해는 찰밥 못먹고 지나가네. 마을회관에서 찰밥에 김싸서 대보름 나물이랑 동태찌개 한그릇씩 먹고. 노랑 파랑 빨강 끈매고 마을풍물패가 모여서 탑고사도 지내고, 새로 이사온 집 지신밟기도 하고. 어스름 저녁에 마을사람들 모두 모여서 달집도 태우고. 타는 달집을 가운데 두고 논을 빙빙 돌면서 나는 왼손 새끼손가락 등이 다 까지도록 정신줄 놓고 장구를 치고. 은희언니가 부르는 흥겨운 가락, 절절한 가락도 듣고. 어른들이랑 아이들이랑 뜨거운 오뎅을 배터지게 먹고, 쥐불놀이 깡통 돌리다가 누가 잘 날려서 별 무지개를 예쁘게 만드나 보고. 그런 시간 속에 있었다.

올해도 그랬겠다. 탑고사 한다고, 달집태우기 한다고, 치복 입고 마을회관으로 모이라는 정임언니 문자를 받았다. 솔멩이골은 대보름. 멀리서 날아온 문자가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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