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기숙사에 있으면
이렇게 쭉 지낼만 할 것 같고
짐을 최소한으로 줄여서
제주도든 북한이든
승용차 한대에 다 싣고 움직일 수 있으면 좋겠고

춘천집에 오면
역시 집은 내 살림살이 가지고 착착 음식해먹고
온수매트에서 따뜻하게 자고 피아노도 두들겨야지,
몇 개월을 살더라도 이사가자, 하게 되고.

생각이 사이좋은 시소처럼
이쪽 저쪽 똑같이 오르락 내리락 한다.

춘천집 계약기간이 끝날 때까지
어쩔 수 없이 기다리는 네달 덕분에
회사와 집과 짐을 생각하는 마음의 윤곽선을
강원도 별장놀이하면서 천천히 그릴 수 있었다.


+

오래 살고 싶었던 괴산에서는
10년도 지나지 않아 빈 몸으로 나오고

매일 밤산책하던 대공원이 좋았고
제일 좋아하는 빵집이 있는 과천에서는
살던 집이 재개발 시작해서 일년 살고

임시로 몇 달 살겠지 했던 안양에서는
코앞에 있는 도서관이랑 24시 카페를 좋아라 하면서
학교랑 회사까지 일년 다 채워 살고

고향에 돌아왔구나, 여기서 계속 살게 될까,
애들이랑 같이 사는 것까지 상상하고 설레던 춘천에서는
정작 7개월 반쯤 살았다.
타지인이라는 소리도 듣고 하하;;
타지인이란 말에는 아직도 맘 한구석이 짠 하다 으윽.
공지천부터 이어지는 소양강 산책로를 발굴하려고
춘천에 온지도 모르겠다.
언제든 여행오면 다시 걸을 인생 둘레길이다.

인천 송도는 춘천처럼
출퇴근할 때 걸어다닐 수 있어서 좋고
산책길이 안전해서 좋다.
동네 친구도, 맛있는 일본라멘집도 있다.


+


아무튼, 내 집 없으니 어차피 월세는 나간다 ㅋ
한치 앞을 모르는 건 어디든 언제든 같았다.

이사 가는 곳이 어디든
거기서부터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낮엔 일하고 밤엔 산책하고 책읽고
주말엔 벗들이랑 어린이들을 만나러 갈 거니까
괜찮아.

괜찮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언제 어디든 어떤 상황 앞에서든
괜찮게 지낼 수 있게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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