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설 나들이를 마치고 속초 본가에서 집으로 돌아왔다. 짐을 이고 지고 기차타고 지하철타고 버스 갈아타면서 어린이들이랑 열심히 다녀왔다.

먼길 다녀오는데 어쩜 지치지도 않고 깨발랄한지. 조용히 이동하고 밥먹고 씻고 자기까지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어제보다 짐승에서 사람쪽으로 손가락 한마디 더 자라난 듯한 의젓함과 재롱을 볼 수 있어서 오늘도 인생의 황금기였다. 너무 재밌고 수월해서 어디든 함께 떠나고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저녁을 준비하고 애들은 기다리면서 '금쪽같은 내새끼' 프로그램 한편을 봤다. 밥 먹는 그릇을 바꿔달라, 밥 말고 토스트 해달라, 등등 몇 번씩 주문을 바꾸는 금쪽이의 요구에 그래 하고 응하는 금쪽아빠를 보더니 애들이 "엄마가 아빠라면 저런 느낌일 것 같아. 엄마는 착하고 상냥해. 요즘엔 가끔 안 그러지만" 한다. 혼만 안내면 좋은 엄마인 거다 ㅋ

기질이 쉬운 아이가 있고 어려운(까다로운) 아이가 있다는 부분을 보고 한결이가 "엄마 난 쉬운 아이같아" 한다.

"응 우리 어린이들은 둘 다 순둥이야! 한결이는 날 때부터 쭉 점잖고 순둥이였어. 한결이 놀이하느라 바빠서 온유가 뭘 어쩌든 그닥 신경도 쓰지 않았고 티비처럼 둘이 심하게 다투는 상황이 한 번도 없었어.

온유는 좀 지랄맞 (까지 말했는데 달려와서 씨름으로 넘어트리려고 함)... 아니 자기 주장이 명확한 순둥이. (힘 풀고 감)

남자애들이라 기운이 넘쳐서 몸으로 덤비는 걸 엄마가 감당하기가 벅찼을 뿐이지. 잘 먹고, 울다 돌아서면 바로 웃고, 머리 대고 누우면 아침까지 안 깨고 푹 자고, 아무데나 던져놓아도 친구를 만들고 새 놀이를 만들고 잘 놀아주어 고마웠어."

그리고 요새 점심먹고 집 앞 도서관에 가서 여섯시에 문 닫을 때까지 다섯 시간 내리 책을(=만화책을) 즐겁게 읽어주는 것도 고맙고. 이 얘기까지 하면 내일은 안 간다고 배를 까뒤집고 누울 것 같아서 생략했다.

생각해보니 이제는 온유가 지하철 바닥에도 대합실 바닥에도 눕지 않네. 맨질맨질 반짝반짝한 도시의 바닥을 보면 두근대면서 한번씩 누워보던 온유가 언제부터 안 그러게 되었지. 모르는 사이에 수월해졌다.

오은영 선생님이 계속 돌아보고 생각할 기회를 주시네.
오선생님 감사합니다.

내일도 재밌게 잘 놀자 :-D


책읽는 형아 뒤통수 냅다 내려치기
조용했다 1
조용했다 2
조용했다 3 (잠든 형아 올라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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